명절엔 더 사무쳐… 탈북민 외로움 보듬은 따뜻한 한끼

Է:2025-10-03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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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난민인권연합, 추석상 마련
120명 초대 북한 음식·선물 나눠
“혼자 보내는 추석 아니어서 다행”

탈북민 봉사자들이 지난 1일 서울 강동구 탈북난민인권연합 주방에서 쌀을 옮겨 담고 있다. 인권연합은 추석을 앞두고 탈북민 120명을 초청해 음식을 나누는 ‘희망나눔모임’을 열었다.

2일 오전 9시 서울 강동구의 한 건물 앞. 낡은 검은색 승합차 뒷문에는 10㎏짜리 사과박스와 5㎏짜리 쌀포대가 가득 쌓여 있었다. 묵직한 박스를 연달아 옮기던 남성 3명의 이마에 어느새 굵은 땀방울이 흘러내렸지만 그들의 얼굴에는 가벼운 미소가 번졌다. 햇빛 한 줌 들어오지 않는 지하 사무실에서도 탈북민 봉사자 15여명의 목소리와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주방에선 음식 준비를 맡은 봉사자가 일회용 장갑을 낀 채 부지런히 식재료를 손질했다.

탈북난민인권연합(인권연합)은 추석연휴를 앞둔 이날 탈북민 120명을 초청해 ‘희망나눔모임’을 개최했다. 이번 행사는 고향을 떠나 홀로 지내는 탈북민들이 서로를 위로하고 음식을 나누며 명절의 정을 느낄 수 있도록 마련됐다. 2005년부터 매년 이어온 행사는 올해로 21회째다.

인권연합은 참석자들에게 햅쌀과 사과, 떡, 위로금 등 명절 선물을 전달했다. 또 탈북민들이 직접 준비해온 고향 음식을 함께 나누는 자리도 가졌다. 행사장에서는 북한식 동태탕과 순대, 냉면 등 고향 음식을 느낄 수 있도록 지역별 전통 요리가 나왔다.

김용화 인권연합 회장은 “올해는 어느 때보다 탈북민에게 힘든 해였다”며 “북한에 있는 가족과 연락이 끊겨 생사조차 알 수 없는 이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이어 “더욱 외로워진 이들을 위해 명목만이라도 고향의 맛을 느껴보자는 마음으로 행사를 준비했다”며 “음식은 곧 고향과 가족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담은 위로의 상징”이라고 덧붙였다.

이곳 봉사자들은 모두 탈북민이다. 이모(57)씨는 7년 전 12살 작은아들과 탈북했다. 남편은 오래전 오토바이 사고로 세상을 떠났고, 큰아들은 탈북비용이 모자라 홀로 북한에 남겨둬야 했다. 이씨의 큰아들은 엄마와 동생이 탈북했다는 이유로 수용소에 끌려가 6일간 모진 고문을 받다가 사망했다. 중국인 브로커가 이씨에게 건넨 사진 속엔 고문으로 만신창이가 돼 숨진 아들의 마지막 모습이 담겨 있었다.

이씨는 “피멍든 아들의 모습이 잊히지 않고, 명절마다 꿈에 찾아온다”며 “극심한 외로움에 자살까지 생각했지만 인권연합에서 고향 사람들을 만나 웃음을 되찾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탈북민 함모(62)씨는 “죽기 전에 밥이라도 배부르게 먹고 싶어 탈북을 결심했다”며 “우리같이 가족도 없는 사람은 명절에 혼자 보내는 게 일상”이라고 털어놨다. 이어 “올해는 고향 사람들과 외롭지 않게 보낼 수 있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고 했다.

통일부에 따르면 올 상반기 기준 북한이탈주민 국내 거주자는 3만1464명이다. 김 회장은 “탈북민들은 자유를 찾아 사선을 건너온 사람들”이라며 “가족 없이 홀로 내려와 외롭게 살아가는 이들이 대부분이다. 정부와 사회에서 관심의 끈을 놓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글·사진=유경진 기자 yk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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