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일 오전 11시30분. 서울 동대문구 풍물시장 주변 골목엔 20개가 넘는 불법 노점이 줄지어 있었다. 공구류부터 중고 가전, 의류, 골프채, 서적 등 다양한 제품을 봉고차 등으로 옮겨 와 팔고 있었다. 구청 순찰차가 골목을 돌며 노점들이 법을 어기고 있다고 연신 경고 방송을 했지만, 상인들은 아랑곳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오히려 행인들을 붙잡고 가격을 흥정하는 데 여념이 없었다. 경비원 윤모(66)씨는 “지난 몇 주간 구청 단속반, 동장, 사법경찰까지 와서 단속했지만 (상인들이) 꿈쩍하지 않는다”며 “대통령이 와도 못 잡는다”고 고개를 저었다.
인근 신설동역 9번 출구 앞에서도 노점 상인과 아파트 경비원 사이에 고성이 오갔다. 상인 A씨(84)는 자리를 정리하라는 경비원에게 “감옥에 가도 괜찮다”며 욕설을 퍼부었다. 그는 “내가 이 나이까지 장사할 수 있는 건 보통 거친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소리치기도 했다. 자리를 물색하던 한 상인은 두 사람이 실랑이를 벌이는 모습을 보고 차를 돌리는 모습도 포착됐다. 노점 인근 아파트 쉼터공간엔 상인과 행인이 버린 담배꽁초와 빈 깡통, 컵라면·도시락 용기 등이 의자 위에 나뒹굴었다.
서울 풍물시장 인근은 불법 노점과의 전쟁터가 된 지 오래다. 최근 동대문구청에는 “불법 노점을 단속해 달라”는 민원이 잇따르고 있다. 단속이 계속되면서 ‘기업형 노점’(조직적으로 여러 매대를 운영해 수익을 극대화하는 형태)은 줄었지만 ‘게릴라식 노점’(단속을 피해 임시로 설치·이동하며 영업)은 늘어나는 추세다.
앞서 동대문구는 2022년 서울 최초로 거리 가게 실명제를 시행했다. 노점 소유자와 운영자가 일치한 경우에만 도로점용 허가를 내주는 방식이다. 또 전국 최초로 서울북부지검으로부터 도로법 분야 특별사법경찰 지명을 받아 기업형과 생계형 노점을 구분하며 점검을 강화해 왔다. 578개에 달한 노점은 329개(4일 기준)로 43% 줄었다. 이중 허가 노점은 191개, 무허가 노점은 138개다.
하지만 기업형 노점과 달리 게릴라식 노점은 구청에서 단속반이 뜨면 순식간에 보따리를 들고 사라지는 운영 형태 때문에 노점의 정확한 집계가 어렵다. 상인들이 법적 사각지대를 이용해 단속을 빠져나가는 경우도 빈번하다. 동대문구 관계자는 “노점상이 공공도로에서 영업할 경우 도로법 등에 따라 과태료 부과나 물품 수거 같은 강제 단속이 가능하지만, 사유지로 물러나면 법적 권한이 미치지 않아 강제 조치가 어렵다”고 말했다.
구청은 불법 노점을 뿌리 뽑기 위해 동진교~신설동역 약 200m 구간을 1차 정비구역으로 정해 매달 둘째, 넷째주 주말에 불법 노점 단속을 시행하고 있다. 1차 정비구역 정비가 끝나면 2차, 3차 정비구역을 확대하겠다는 방침이다. 구청 관계자는 “불법 노점 근절을 위해 추석 이후엔 매 주말 단속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글·사진=유경진 기자 yk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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