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7월 충남 아산에서 열린 총경회의 참석자 55명은 이듬해부터 노골적인 보복 인사를 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일보는 2022년부터 올해까지 매년 상·하반기 경찰청이 발표한 총경급 전보 인사를 분석했다. 이를 토대로 2023년 총경급 전보 인사 당시 각 지방경찰청의 경정급 직위로 발령된 총경 명단, 2022년 총경회의 직후 일부 공개된 참석자 등과 대조 작업을 거쳤다.
분석 결과 2023년 상반기 인사부터 인사 보복은 시작됐다. 55명의 참석자 가운데 총경 보직의 ‘꽃’인 일선 경찰서장에 발령받은 총경은 단 1명도 없었다. 참석자 중 절반에 가까운 23명이 한 계급 낮은 경정급 직위인 지역별 112상황팀장으로 발령받았다. 경찰 인사 관례상 경찰청 참모(과장)로 1년을 근무하면 일선 서장으로 발령받지만 블랙리스트 55명은 예외였다. 일부 참석자는 주요 부서 과장을 역임한 뒤 서장으로 나갈 순번임에도 철저히 배제됐다. 서장 임기를 1년도 채우지 못하고 6개월 만에 인사발령이 난 경우도 있었다. 주요 보직인 수사·경비·안보·정보 기능 보직에서도 노골적으로 배제됐다.
이들에 대한 인사 보복 수단은 복수직급제였다. 복수직급제란 하나의 직위를 복수의 직급이 맡을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초임 총경의 업무 숙달을 돕는다는 취지로 주로 경정이 맡던 자리에 총경을 임명하는 것인데, 이를 빌미로 베테랑 총경들을 사실상 강등시킨 셈이다.
국민일보는 55명 중 해외 주재관 파견 등을 제외한 49명을 대상으로 인터뷰해 37명으로부터 답변을 받았다. 응답자 중 5명을 제외한 32명(86.5%)이 총경회의 무력화 및 인사 불이익 등과 관련해 ‘어떤 형태로든 사실관계 확인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A총경은 6일 “참석자들의 인사상 불이익에만 초점을 맞추면 안 된다”며 “행정안전부 경찰국 운영을 포함해 경찰 역사에서 중요한 정책 결정이 어떻게 이뤄졌는지 전반적인 성찰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B총경은 “조직을 흩트려놓은 부분은 바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처벌을 전제로 하는 수사보다는 권력의 입맛에 따라 경찰의 중립성이 위협받았던 이유를 밝히는 차원의 조사가 우선이라는 응답이 많았다. 당시 책임자 문책과 처벌을 찬성하는 답변도 나왔지만 상대적으로 소수였다. C총경은 “회의 당시 지휘부가 유연한 자세를 보였다가 왜 갑자기 돌변해 비정상적 인사를 했는지에 대한 진상규명이 필요하다”며 “본질적 조치가 있어야 하고 규명된 진상에 따른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참석자들은 윤석열정부에서 ‘쿠데타 세력’ 등으로 낙인찍고 평가절하된 총경회의의 문제의식을 당초 의도대로 복원하는 것이 가장 우선돼야 할 명예회복이라고 입을 모았다. 객관적이고 공정한 방식의 역사적 평가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정치권력이 경찰의 중립성을 해치지 않도록 재발방지 목적의 기록을 남기는 방안도 거론됐다. D총경은 “특별한 대우는 바라지 않는다”며 “앞으로 경찰뿐 아니라 국가공무원 모두를 정치적으로 줄 세우는 일이 반복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참석자 중 12명은 인터뷰를 완곡히 거절했다. 한 총경은 “의견드리는 게 준비돼 있지 않다”며 “경찰청에서도 어느 정도 명예회복 의지를 표명했기 때문에 조금 기다려보겠다”고 말했다.
조민아 김이현 임송수 기자 minaj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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