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뷰티 왕좌의 주인이 바뀌었다. 화장품 후발주자인 에이피알이 상장 1년 5개월 만에 시가총액과 영업이익 모두에서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을 넘어섰다. 미국 중심의 해외 시장에서 가파르게 성장한 결과다. 기존 양강 체제를 무너뜨린 에이피알은 사상 최대 실적을 바탕으로 K뷰티의 새 중심에 올라섰다.
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에이피알 주가는 장중 52주 신고가(22만원)를 경신한 뒤 전날보다 11.3% 오른 20만8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시가총액은 한때 8조1600억원까지 치솟으며 아모레퍼시픽(7조5300억원대)의 오랜 아성을 무너뜨렸다. 종가 기준 시총은 7조9322억원이다. LG생건은 지난 6월 시총이 6조원 아래로 떨어진 데 이어 현재 4조6300억원 수준까지 줄었다.
에이피알의 주가 급등 배경에는 예상을 크게 웃돈 ‘어닝 서프라이즈’ 실적이 있다. 에이피알은 2분기 연결 기준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111% 오른 3277억원, 영업이익은 202% 증가한 846억원이라고 공시했다. 영업이익률(25.8%)까지 포함해 역대 분기 최고 실적이다. 영업이익은 전통의 ‘뷰티 3대장’ 아모레퍼시픽(737억원)과 LG생건(548억원), 애경산업(112억원)보다도 높다. 상반기 누적 실적 역시 사상 최대다. 반년 만에 매출 실적이 6000억원에 육박했고, 상반기 영업이익(1391억원)만으로 지난해 연간 수준(1227억원)을 넘어섰다. 올해 연매출 1조원도 충분히 가능해 보인다.
뷰티 디바이스와 기초 화장품의 ‘투트랙’ 전략이 빛을 발했다는 평이다. 에이피알은 대표 화장품 브랜드 ‘메디큐브’와 뷰티 디바이스 ‘에이지알’(AGR)을 앞세워 글로벌 시장에서 몸집을 키우고 있다. 미국 시장(29%)을 포함해 해외 매출 비중은 78%에 이른다. 지난달 아마존 프라임데이에선 메디큐브가 뷰티 부문 전체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기존 강자들은 엇갈린 성적표를 받았다. LG생건은 2분기 매출 1조6049억원, 영업이익 548억원으로 전년 대비 8.8%, 65.4% 급감했다. 화장품 부문만 놓고 보면 163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20년 만에 적자 전환했다. 중국 시장 부진과 구조조정 여파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같은 기간 아모레퍼시픽은 매출 1조50억원(11%), 영업이익 737억원(1673%)으로 회복세를 보였지만 에이피엘에 밀리며 씁쓸한 상황에 놓였다.
승승장구하는 에이피알이지만 후속 브랜드 육성과 시장 다변화 대응은 과제로 꼽힌다. 에이피알은 미국 화장품 전문 편집숍 ‘울타뷰티’(ULTA) 입점을 본격화하고, 유럽 법인 설립과 동남아시아 진출 등 신흥 오프라인 시장 확장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신재하 에이피알 부사장은 이날 콘퍼런스콜에서 “3분기 관세 부담으로 1% 이내의 영업이익이 감소할 전망이지만 최소 20%는 유지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다연 기자 id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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