찜통더위가 영 가시질 않고 있습니다. 자정을 넘겨야 겨우 30도 밑으로 떨어지는 무더위에 최근엔 하루 100명 넘는 온열 질환자가 응급실을 찾았습니다.
직장인들은 이런 가마솥더위를 피해 휴가를 떠나지만, 교회 안엔 쉬지 못하는 이들이 적지 않습니다. 하지만 아시다시피 예수님은 사역을 마친 제자들에게 쉼을 권하신 분입니다. “너희는 따로 한적한 곳에 가서 잠깐 쉬라”(막 6:31)고 말씀하셨지요.
심방 상담 장례 등으로 밤낮없이 사역하는 목회자들도 휴가철엔 잠시 쉬어갈 순 없을까요. 주말 주중을 가리지 않고 곳곳에서 봉사하는 교인들에게도 쉼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쉼과 섬김의 균형’을 실험하는 교회들이 있습니다.
경기도 고양 사랑누리교회(김정태 목사)는 교역자들에게 주일을 포함한 2주간의 여름휴가를 주고 있습니다. 해외든 국내 휴양지든 가리지 않고 휴가를 갈 수 있는데, 희한한 건 “주일을 끼고 다녀오라”는 권고입니다. 담임목사와 부목사는 휴가 기간 사역 부담을 내려놓고 평소 가고 싶었던 교회를 찾아 예배를 드리고 옵니다. 경기도 수원제일교회(김근영 목사) 역시 교역자들에게 주일을 포함한 10일간의 여름휴가를 주고 있는데, 닷새씩 두 차례에 나눠 여름휴가를 써도 됩니다.
사랑누리교회는 이밖에도 목회자들이 재충전할 여건을 여러모로 조성하고 있습니다. 사역자들은 휴일인 월요일에 일하면 주중 대체 휴무를 가질 수 있습니다. 사역지를 옮기는 교역자에겐 마지막 한 달간 사역을 면제합니다. 새로운 교회에 부임하기 전 정착할 준비를 하고 지친 상태로 가지 말란 취지입니다.
쉴 권리는 교역자들에게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교회는 7월 말부터 한 달간 성가대와 찬양팀 활동을 일시 중단합니다. 대신 교인들로부터 특송 자원자를 모집하고, 자원자가 없으면 사회자를 중심으로 찬송가를 함께 부르는 식으로 찬양 시간을 진행합니다.
연중무휴로 여겨지던 식당과 전도사역들도 푹푹 찌는 여름철엔 잠시 숨을 고르고 있습니다. 남서울교회(화종부 목사)는 지난 27일부터 2주간만 식당 문을 닫기로 했습니다. 무더운 여름철 식당봉사부원들에게 휴식을 보장하는 조치로, 교회는 매년 7월 마지막 주일과 8월 첫째 주일엔 식당을 운영하지 않는 전통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부산 산성교회(곽문찬 목사)도 여름 휴가 기간과 위생 관리를 위해 오는 3일부터 31일까지 5주간 교회식당을 운영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식당을 쉬어가는 주간에 교역자들은 도시락으로 끼니를 해결합니다.
서울 금란교회(김정민 목사)는 지난달 17일부터 오는 14일까지 한 달간 목요 전도사역을 쉬기로 했습니다. 김정민 목사는 “지난해 처음 전도대 방학을 갖는다고 했을 때 ‘전도하던 자리를 잃게 되진 않을지’ ‘쉬는 게 습관이 되진 않을지’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면서도 “이상기온 속 전도 대원들의 건강과 안전을 고려해 방학을 갖고 호흡을 가다듬기로 했다”고 했습니다. 교회는 대신 이 기간 성경통독과 전도세미나 등의 프로그램을 열어 빈 시간을 영적 재충전의 시간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런 시도가 모든 교회에 정착된 건 아닙니다. 목회데이터연구소(목데연·소장 지용근) 최근 설문에 따르면 목회자들부터 쉬는 데 부담을 느낀다고 합니다. 여름휴가 관련 설문에서 목회자 30%는 “여름 휴가를 갈 수 있지만, 눈치가 보인다”고 답했습니다. “교회 분위기와 형편상 가기 어렵다”(7.6%)는 응답도 있었습니다.
목데연 2023년 조사에선 기독교인 10명 중 3명(29%)이 “교회 봉사 이후 번아웃을 경험했다”고 답했습니다. 교인들이 교회 봉사를 줄이거나 안 하고 싶은 가장 큰 이유는 “체력적으로 지친다”(30%)는 점이었습니다.
앞선 교회 담임목회자들은 사역과 쉼의 적절한 균형이 건강한 신앙생활의 핵심이라고 조언했습니다. 곽문찬 산성교회 목사는 “쉬는 기간이 있어서 사역을 지속할 수 있고, 새로운 인원도 봉사에 부담 없이 참여할 기회가 된다”고 말했습니다. 김정태 사랑누리교회 목사도 “쉼은 우리 신앙과 삶의 원동력이 되는 본질적인 시작점”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현성 기자 sag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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