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춘추] 우리는 결국 답을 찾을 것이다

Է:2025-08-01 00:39
ϱ
ũ

김지방 종교국 부국장


영상 만드는 AI 개발하면서
허접한 AI 영상 걸러내느라
골치 썩는 구글의 코미디 현실

엄청난 전력·물 소비하는 AI
영화 '인터스텔라'에 그려진
삭막한 미래로 가는 길일 수도

하지만 아직은 비관적이지 않다
AI 시대는 이제 막 시작됐고
인류는 늘 그랬듯이
올바른 사용법을 익혀갈 것이다

요즘 구글을 보면 아이러니하다. AI가 만든 의미 없는 유튜브 영상에는 돈을 주지 않겠다고 구글이 지난달 선언했는데, 정작 그런 영상을 확산시킨 장본인도 구글이다.

AI를 대충 돌려 만든 영상은 쓰레기에 가깝다. 구체적 경험이나 정보는 거의 없고, 호기심을 자극하는 내용도 믿기 힘들다. 2배속으로 돌려 봐도 시간이 아깝다. 글도 마찬가지다. 알맹이 없이 그럴싸하기만 한 글은 백발백중 AI가 찍어낸 콘텐츠다. 그림 역시 지브리풍이든 할리우드풍이든 결국 AI풍이다. 신조어도 생겼다. AI 슬롭(AI slop). 인공지능이 만들어낸 쓰레기 콘텐츠를 일컫는 말이다.

AI 슬롭이 느는 가장 큰 이유는 애드센스다. 구글이 만든 세계 최대 광고 플랫폼 애드센스는 내용을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다. 조회수만 나오면 현찰 박치기다. 블로그 글이든 유튜브 영상이든 AI를 돌리면 하루에 수백, 수천 개씩 만들 수 있다. 여기에 애드센스 광고를 붙이면 돈이 생기니 쓰레기 콘텐츠가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이 눈사태에 구글 자신도 깔릴 판이다. AI 슬롭이 검색을 잠식하면 검색 품질이 떨어지고 광고주가 떠난다. 구글의 왕좌가 흔들린다. 결국 AI 슬롭을 향해 스스로 칼을 뺐다. 자기 발등을 찍은 뒤에야 아프다며 붕대를 감는 셈이다.

구글은 또 자신들의 AI 서비스인 제미나이를 키우느라 전력투구 중이다. 챗GPT와 경쟁하기 위해 제미나이에 막대한 돈과 인력을 쏟아붓는다. 코딩 영상 글 그림을 더 정교하게 만들기 위해 수억 원씩 연봉을 주며 인재를 끌어모은다. 구글 창업자 세르게이 브린이 다시 출근을 시작했을 정도다. 브린은 아침에는 영상을 쉽게 만드는 AI를 만들고, 퇴근하기 전에는 AI 영상을 막는 조치에 사인을 하는 셈이다.

구글에서 벌어지는 이런 코미디 같은 현실은 인류에게 다가오고 있는 비극의 예고편이다.

AI는 사이버 공간뿐 아니라 지구에도 쓰레기를 남기는 중이다. 세계에 쌓인 180제타바이트의 데이터를 저장하고 전송하는 데 필요한 전력은 브라질의 전력 소비량과 맞먹는다. 국제에너지기구는 5년 안에 세계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비량이 2배 늘 것으로 예측했다.

AI가 질문에 답하느라 소비하는 전력도 엄청나다. 에너지정책소통센터에 따르면 AI가 한 번 답하는 데 필요한 전력은 3Wh로 구글 검색 소비량의 10배다. 8초 길이 동영상을 만드는 데에는 118Wh가 쓰인다. AI는 물도 많이 마신다. AI 때문에 뜨거워진 컴퓨터를 물로 식혀야 하기 때문이다. 국제에너지기구는 AI가 10개의 질문에 답하는 데 생수병(550㎖)만 한 물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30분짜리 AI 영상을 보면 이산화탄소가 1.6㎏ 발생한다.

인간의 뇌도 퇴화하고 있다. 세계 대학이 AI로 뚝딱 만든 리포트와 논문 때문에 고민이다. 교수들도 AI로 코멘트를 쓰고 평가한다. 어쩌면 AI만이 가르치고 배우는 중일지도 모른다. 알파고 충격 이후의 바둑계를 취재한 장강명 작가는 AI의 수순을 외우기 바쁜 바둑 기사들을 보며 “사람보다 소설을 잘 쓰는 인공지능이 나온다면 문학계에서도 같은 현상이 벌어지리라”고 걱정했다.

이 소동의 끝엔 어떤 세상이 기다리고 있을까. 여의도공원을 걷다 폭염특보를 확인하면 영화 ‘인터스텔라’가 생각난다. 서기 2067년. 화석연료의 소진으로 전력도 바닥나고, 마실 물도 부족하고, 구름 한 점 없는 하늘 아래 뜨거운 여름이 이어진다는 내용이다.

이런 문제점을 알면서도 우리는 AI를 더 쓰고, 더 의존한다. 더 빨리 효율적이고 뛰어난 답을 해주길 바란다. 더 섬세하고 진짜 같은 영상을 만들어 달라고 재촉한다. 마치 모래밭을 향해 달리는 자전거에 앉아 페달을 더 세게 밟는 기분이다.

아직은 비관적이지 않다. AI 시대는 이제 막 시작됐을 뿐이다. 인류는 AI를 제대로 쓰는 방법을 익혀갈 것이다. 우리의 뇌가 파괴되기 전에 과학자와 엔지니어들이 AI를 동원해 전력을 더 효율적으로 생산하고 지구를 지키는 길을 찾아내리라 믿는다. AI가 아니라 인간이 정성스레 쓴 글에 좋아요를 남기고, 아이들에겐 유튜브 시청은 줄이라고 잔소리를 하면서 인터스텔라의 주인공 매튜 매커너히가 남긴 대사를 간절하게 왼다.

“우리는 결국 답을 찾을 것이다. 항상 그랬듯이.”

김지방 종교국 부국장 fattykim@kmib.co.kr

GoodNews paper Ϻ(www.kmib.co.kr), , , AIн ̿
Ŭ! ̳?
Ϻ IJ о
õ
Ϻ Ź