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석 국무총리는 29일 정부서울청사 총리 집무실에서 국민일보와 만나 미국과의 관세 협상과 관련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실리적인 판단을 하실 분이고, 이재명 대통령은 더욱더 그렇다”고 말했다. 국익 중심의 ‘실용외교’를 추구하는 두 지도자가 만나 적절한 합의점을 도출할 수 있다는 의미다. 김 총리는 현재 이 대통령과의 관계를 ‘일체화’된 상태라고 표현했다. 그만큼 소통이 일상적으로 이뤄진다는 얘기다. 김 총리는 내각 인선 과정에서 인사 검증 시스템의 허점이 노출됐다는 지적에 “이 대통령과 상황 인식과 세평 등을 공유하고 있다”며 “(인사 검증 과정에서) 수정, 보완이 필요하다면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만난 사람=강준구 정치부장
김 총리는 의·정 갈등을 언급하며 “일단 상황을 해결해야 한다고 판단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해결 국면에서 ‘특혜’ 시비가 불거진 것과 관련해 “크게 보면 선발 그룹과 후발 그룹을 따로 분리해서 가는 게 사회적으로 맞는지 판단해야 한다”고 양해를 구했다.
김 총리는 “취임 3주째”라며 취임 후 마주한 업무계획을 돌아봤다. 그는 “당장 닥친 건 재난과 비 피해였고,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는 사고가 나지 않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다음 급한 건 관세 협상이고, 오는 9월 초까지 예산도 마무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김 총리와의 일문일답.
-8월 1일까지 미국과 관세 협상을 기한 내에 할 수 있을까.
“관세 협상은 기한 내에 타결이 되는 것, 정리가 안 된 상태에서 타결이나 협상을 계속하는 것, 일단 이 정도로 (합의)하고 계속 협상을 하는 것 등 세 가지 가능성이 있다. 협상은 마지막까지 가봐야 아는 것이지만 큰 원칙은 변하지 않으리라고 본다. 궁극적으로는 한·미 관계가 우호적으로 협력할 때 한국만 좋은 것이 아니라 미국도 더 크게 얻을 것이 많다. 트럼프 대통령은 실리적인 판단을 하실 분이라고 보고, 이 대통령은 더욱더 (결과를) 낙관적으로 만들어야 할 숙제가 있다.”
-협상에서 미국의 일방적 요구에 우리 정부가 밀리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미국과의 관계에서 우리는 ‘밀린다’ ‘아니다’라고 할 수 있는 관계가 아니다. 이건 상대가 무조건 일방적 게임에서 시작한, 협상의 룰 자체를 정해둔 상황이니까 그럴 때 취할 수 있는 협상 전략과 접근법을 봐야 한다. 최종 전략가이자 최종 결정자는 대통령이기 때문에 대통령의 머리와 구상 속에 있다. (대통령은) 전체의 상황, 각 상대국에 미칠 수 있는 영향력, 상대국의 의도 등을 종합적으로 보고 여러 가지 경우의 수에 대한 복안을 가지고 있다.”
-한국 조선업에 주목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한국 조선업은 세계적으로도, 관련 대학에서도 ‘초격차’를 유지하고 있다. 조선업은 미국과의 관계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강점이자 협력 분야이기도 하다. 미국으로서 조선업은 중국과의 제해권(制海權) 다툼과 관련한 안보적 측면에서도, 인도·태평양 지역의 전략 측면에서도, 경제적 주도권 면에서도 모두 접점이 있다. 조선업은 안보 경제를 뒷받침하는 핵심 산업이다. 미국이 최적의 예산으로 최적의 시기에 최적의 목표 자산들을 만들어내는 데 한국이 중요한 파트너가 될 수 있다.
-조선업이 협상 막판 카드로 급부상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되고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전화해서 제일 먼저 언급한 게 한·미 조선 협력이었다. 그러나 윤 전 대통령이 별다른 반응을 안 하고 넘긴 뒤 비상계엄 사태가 벌어졌다. 그 틈을 일본이 채우려고 노력했다. 그때 잘 대응했더라면 이번 관세 협상을 하는 과정에서 훨씬 더 방향이 빨리 잡히고 우호적인 협력 가능성에서 한국에 대한 목표 설정, 단가 제시가 됐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대통령의 내치엔 긍정 평가가 있는데 외치는 어떻게 평가하나.
“정부가 처음 시작할 때 초반 6개월 정도는 외교안보에 집중하는 것이 맞는다. 관세 협상이 내정의 핵심인 경제에서도 가장 큰 틀을 규정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 부분에 있어서 대통령의 집중력이 최대한 발휘될 수 있도록, 다른 사안에 신경을 덜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게 내 소임이다. 그런 사안은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정책실, 안보실이 다 결합해서 움직이지 않나. 그건 대통령이 전체 상황의 중심을 잡고 할 수밖에 없는 사안이다.”
-인사 문제가 불거졌을 때 대통령에게 의견을 개진했나.
“지금의 대통령과 나의 관계, 대통령실과 총리실 관계, 대통령비서실과 나의 관계는 어떤 문제에 대해 어떤 조언을 했느냐고 물으면 답하기 몹시 어려울 정도로 일체화돼 있다. 항상 소통하기 때문이다. 격의 없이 소통하며 늘 같이 공유하고 있다.”
-인사시스템의 견제와 균형에 대한 지적이 있다.
“인사라는 게 특히 초반에는 누구의 추천인가가 중요한 것 같지는 않다. 대통령 자신의 친소 관계를 놓고 보는 것도 아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차관들을 대통령이 일단 모른다. 세평을 듣고 괜찮은 사람을 임명한 거다. 그러면 검증이 엄밀한지 아닌지, 검증 실무라인이 어떻게 편성됐느냐의 이슈가 남는다. 검증은 종래에 축적돼 온 검증 방식을 따르는 것 같다. 그럼 인사의 검증·추천에 참여하는 라인의 구성에 대한 문제가 남을 텐데 누가 더 참여해야 한다든지 기술적인 변화나 수정·보완이 필요하다면 할 수 있겠다. 일부 사례를 가지고 대표적인 인사 시스템의 문제라고 인과를 정할 수 있는지 점검해봐야 하는 영역이다.”
-1기 내각이 두 달여 만에 출범했다.
“(이번 정부는) 생각보다 내각 안정화가 빠르다고 생각한다. 중견 국회의원 출신이 많아서 업무 파악과 장악이 빠르다고 본다. 국정기획위원회 활동이 보름 안에 일단락되고, 국정기획위의 방향이 예산화되면 8월 말~9월 초쯤이면 5년 농사의 기초가 만들어진다. 앞으로 큰 숙제 두 개가 남아 있다. 하나는 재정 형편이 안 좋은 상태에서의 재정 관리, (두 번째가) 경제 문제다. 그 전체를 관통하는 큰 산이 미국과의 관세 협상이다. 그건 대통령을 중심으로 대통령실과 관련 장관들이 집중해서 하니까 (총리로서) 잘될 수 있도록 보조하겠다.”
-의·정 갈등 문제 해결의 물꼬를 트셨는데 ‘특혜 논란’도 제기된다.
“의·정 갈등은 일단락돼가는 것 같다. (이 문제는) 학생과 전공의를 구분해야 할 필요가 있고, 두 번째로는 원인 행위자로서의 윤 대통령이 모든 걸 꼬이게 했다는 걸 불가피하게 산식에 넣고 판단해야 한다. 세 번째로는 필요한 모든 사람의 유감 표명을 듣고 해결할 것인지, 유감 표명을 들어가면서 해결할 것인지, 아예 안 듣고 해결할 것인지다. 특혜라고 비판할 수 있지만 크게 보면 먼저 복귀한 그룹과 나중에 복귀하기로 그룹을 따로 분리해서 가는 것이 사회적으로 맞는지 판단해야 할 것 같다. 취임 첫날 저녁식사를 의대생, 전공의, 의사협회 대표랑 했는데 그때부터 (갈등이) 풀리기 시작했다. 이건 결국 국민이 결정한다. 우리 마음대로 못 하고 국민 마음을 우리도 얻도록 노력해야 한다. 앞으로 풀어야 할 의료 이슈가 많은데 국민이 안 된다고 하면 앞으로 아무것도 안 된다는 얘기를 했다.”
-취임 3주가 지난 소감은.
“이번 주가 총리 취임 이후 넷째주다. 애초 목표가 ‘10×3’(총리 업무계획명)이라고 취임 30일 동안 한 라운드를 도는 거였다. 첫 번째는 재난 대비, 여름이라 비 피해를 예상했고 APEC이 재난이 되지 않도록 준비하는 거였다. 또 정책과 시스템을 점검해서 한 달 내 제대로 돌아갈 수 있게 하자는 목표였다. 이번 주까지 한 달 하면 총리와 총리실의 정책, 시스템이 돌아가고 안착할 것 같다. (대통령실과) 어느 정도 보조를 맞추는 상태까지 왔고 9월 초라면 대통령 중심으로 총리 내각이 국정에서 돌아가게 될 것 같다.”
-APEC 정상회의 준비 상황은 어떤가.
“APEC (준비의) 트랙은 돌아가기 시작한 것 같다. 대선 이후에 인수위원회 없이 집권하게 되고, 집권 초기에 있는 큰 행사 중 하나가 APEC인데 준비가 제대로 안 되고 있었다. 그래서 일주일 3번 가서 점검하고 생방송으로 아예 공개회의를 했다. 또 다른 의도 중 하나는 관심을 환기하는 것이었다. APEC 자체도 의미가 있지만 4000억원을 쓰는데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도 건질 게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관광객에게 ‘APEC으로 인해 한국에 올 생각이 있느냐’고 물었을 때 적게는 2~3%, 많게는 5%까지 목표를 잡았다.”
정리=최예슬 송태화 기자 smart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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