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잉 항공기를 더 살 수는 없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22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 집무실에서 아카자와 료세이 일본 경제재생상에게 이같이 말하며 거래를 시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직접적인 요구에 일본은 결국 투자액을 5500억 달러(약 760조원)로 늘리고 항공기도 대량 구매하기로 했다. 70분간의 회담을 마친 트럼프는 “좋다. 거래가 성사됐다”며 아카자와 경제재생상과 악수했다.
24일 마이니치신문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일본은 지난 4월 시작한 트럼프 행정부와의 무역 협상에서 미국 자동차산업에 대한 일본의 기여도에 따라 관세율을 내리는 방안을 제안했다. 하지만 트럼프는 ‘복잡하다’며 동의하지 않았다. 일본은 애초 쌀 시장 개방도 협상 카드로 꺼내지 않았다. 일본이 5월 처음 제시한 투자액은 1000억 달러 정도였다.
지지부진하던 협상은 지난주 “합의할 수 있다면 트럼프를 만나게 해주겠다”는 미국 측 연락이 오면서 급전개됐다. 아카자와는 참의원 선거 이튿날인 지난 21일 미국으로 출국했다. 이때만 해도 합의 가능성은 절반 수준으로 평가됐다고 일본 당국자는 전했다.
아카자와는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을 만나 4000억 달러 규모 투자액을 제안했다. 하지만 트럼프는 회담에서 “관세율을 1% 포인트 낮출 때마다 쌀 수입을 더 늘릴 수 있을 것”이라거나 “반도체 투자도 늘려야 하지 않겠느냐”며 추가 보상을 요구했다. 일본 정부 관계자는 요미우리에 “담당자가 10명쯤 되지 않으면 버티기 힘든 상황이었다”고 전했다. 댄 스커비노 백악관 부비서실장이 엑스에 올린 회담 사진에는 트럼프 앞 협상 문서에 적힌 4000억 달러가 5000억 달러로 수정돼 있었다.
아카자와가 그동안의 협상 과정에서 러트닉 장관과 15차례에 걸쳐 대면 회담과 전화 통화를 하며 협상의 핵심을 공략한 것이 주효했다는 일본 언론 분석도 나왔다. 러트닉은 회담 전날 아카자와를 자택으로 초대해 함께 예행연습도 했다고 요미우리는 전했다. 결국 투자액 증액, 최소 면세 수입량 내 미국산 쌀 수입 비중 확대 등이 협상 타결의 지렛대로 작용했다. 일본은 미국 보잉사 항공기를 총 100대 구매하기로 했다고 백악관은 밝혔다. 앞서 미국이 영국, 인도네시아와 체결한 합의에도 항공기 주문이 담겼다. 악시오스는 “무역 불균형에 초점을 맞춘 트럼프 행정부에서 고가의 보잉 항공기가 유용한 카드로 활용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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