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19일 윤석열 전 대통령 구속영장 발부 이후 흥분한 시위대가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법에 난입해 폭력을 휘두른 지 6개월이 지났다. 법치주의의 보루인 법원을 위협해 사회에 충격을 줬던 폭력 가담자들에 대한 법원의 선고도 이어지고 있다.
국민일보가 18일 재판에 넘겨진 이들의 법원 선고 결과를 분석한 결과 실형과 집행유예를 가른 결정적 기준은 ‘법원 건물 침입’ 여부였다. 다중의 위력으로 침입했는지도 쟁점이 됐다. 법원 내부 건물에 침입해 기물을 파손한 이들 대부분에게는 실형이 내려진 반면 경찰관이나 취재진을 폭행했으나 침입에 가담하지 않은 이들은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서부지법 폭력사태와 관련해 기소된 이들은 지금까지 116명(구속 95명, 불구속 21명)이다. 이들 가운데 이날 기준 1심 선고가 내려진 피고인은 19명으로 집계됐다. 14명은 실형, 5명은 집행유예를 받았다. 대부분 초범이지만 대법원 양형 기준 내에서 무거운 처벌이 내려졌다.
실형을 받은 피고인들은 법원 경내 또는 내부로 진입해 기물을 파손했거나 경찰과 물리적 충돌을 벌였다는 공통점이 있다. 가장 높은 형량을 받은 피고인은 징역 3년6개월이 내려진 ‘녹색점퍼남’ 전모(29)씨다. 전씨는 법원 출입 통제 장치를 부수고 건물 안으로 들어가 소화기를 분사했고, 판사실이 있는 7층까지 올라가 영장 발부 판사를 찾는 등 난동을 부렸다. 그가 범행 직후 휴대전화를 끄고 부산으로 도주하는 등 도피한 정황도 드러났다. 재판부는 “재판 과정이나 결과가 자신의 견해와 다르다는 이유로 폭력적인 방법으로 법원을 공격하는 것은 법치주의 근간을 흔드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두 번째로 높은 형량을 받은 인물은 징역 3년이 내려진 이모(34)씨다. 그는 법원에 침입하면서 경찰의 직무 집행을 방해하고 다른 시위대와 함께 법원 유리창을 부순 혐의로 기소됐다. 경찰 방패를 들고 진압하려던 경찰관을 밀고 폭행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수사 기관에서부터 납득할 수 없는 변명을 하고, 범행을 진지하게 반성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실형을 선고받은 피고인 대부분에겐 특수건조물침입 혐의가 적용됐다. 특수건조물침입죄는 단체 또는 다중의 위력으로 죄를 저지르거나 흉기 등 위험한 물건을 휴대했을 경우 적용된다. 건조물침입죄는 3년 이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지는 반면 ‘특수’가 붙으면 5년 이하 징역 등으로 형량이 무거워진다.
반면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이들은 대부분 법원 건물 내부에는 침입하지 않았다. 카카오톡 오픈채팅방 ‘MZ자유결사대’ 단장 이모(38)씨는 촬영기자를 폭행하고 카메라를 파손한 혐의로 기소됐다. 하지만 초범이라는 점과 반성 태도, 피해 회복 노력을 인정받아 징역 1년2개월에 집행유예 3년, 사회봉사 120시간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법원의 공무 집행에 대한 보복 또는 증오감에 범행을 저질러 범행 동기가 불량하다”면서도 “MZ결사대 단장으로서는 별다른 범죄 행위에 관여한 것으로 보이지 않고, 법원에 침입하지 않은 점 등을 고려했다”고 판시했다.
법원 앞에서 방송사 기자를 폭행하고 카메라를 빼앗은 혐의를 받는 박모(37)씨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법원 정문 쪽에서 경찰의 정강이를 발로 차고 주먹으로 얼굴을 때린 남모(60)씨는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다중의 위력으로 법원에 침입했는지 여부도 쟁점이 됐다. 취재진을 폭행하고 법원 경내에 진입한 혐의로 기소된 문모(33)씨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재판부는 문씨에 대해 “법원 후문 밖으로 나갈 때까지 대부분 시간 동안 무리의 가장 뒤쪽 담에 올라가 관찰하기만 했다. 피고인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 모두 경찰과 물리적으로 충돌하거나 위력을 행사하지 않았다”고 판단해 특수건조물침입 혐의 성립이 어렵다고 봤다. 문씨는 징역 1년2개월에 집행유예 3년, 사회봉사 120시간을 선고받았다.
남은 재판에서도 형량을 결정하는 데 다중의 위력으로 법원에 침입했는지가 쟁점이 될 전망이다. 검찰은 지난 7일 최초 기소된 63명 중 49명에 대한 결심 공판에서 징역 1~5년을 구형했다. 이들에게 공통으로 적용된 혐의는 역시 특수건조물침입이다. 가장 높은 형을 구형한 사례는 이른바 ‘투블럭남’으로 불리는 10대 남성 심모씨다. 심씨는 법원 침입 후 깨진 창문 안으로 기름을 붓고, 불이 붙은 종이를 던졌지만 미수에 그친 혐의를 받고 있다.
법원은 이번 사태가 단순 시위가 아닌 사법기관에 대한 직접적 공격이라는 점에서 엄벌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사회 시스템을 붕괴시킬 우려가 있는 소요사태 재발을 막기 위한 사법부의 의지가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임원규 법무법인 기상 변호사는 “범죄자들이 다수의 위력을 행사해 법원에 침입한 사례가 전무후무하다”며 “법치주의 무시 등 위험한 동기가 있던 것으로 보인다는 점에서 경종을 울리는 차원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법원은 연내 폭력 가담자들에 대한 1심 선고를 마무리할 방침이다. 향후 항소심에서는 법원 침입의 구체적 범위, 다중 위력의 실질 여부, 개별 피고인의 역할과 책임 정도가 더욱 정밀하게 판단되고 반성 여부도 양형에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형사 사건을 전문으로 하는 김한규 법무법인 공간 변호사는 “개별 피고인의 범행에 대한 인식 변화 등 반성 여부가 양형에 반영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임송수 기자 songst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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