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속 수감 중인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특검의 세 번째 강제구인 시도가 또 불발됐다. 윤 전 대통령은 특검의 요구에 응하는 대신 구속적부심 청구 카드를 꺼냈다. 윤 전 대통령은 부정선거 음모론을 주장해 온 모스 탄 전 미국 국무부 국제형사사법대사와의 접견을 시도했으나 무산됐다. 특검이 가족·변호인을 제외한 외부인 접견을 금지한 데 따른 것이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특검은 이날 오후 2시까지 윤 전 대통령을 서울고검 조사실로 데려오라는 인치(引致·피의자나 피고인 신병을 특정 장소로 옮기는 것) 지휘를 전날 밤 서울구치소에 내렸다. 그러자 윤 전 대통령 측은 이날 오전 10시46분쯤 서울중앙지법에 구속적부심 청구서를 제출했다. 구속의 적법성을 법원에서 따져보자는 것이다.
구속적부심은 18일 오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다. 구속적부심사 기간은 구속 기간으로 치지 않기 때문에 최장 20일간의 구속 기간이 줄어드는 효과가 발생하지는 않는다. 특검은 지난 14일 한 차례, 전날 두 차례 강제구인을 각각 시도한 바 있다.
박지영 특검보는 브리핑에서 “피의자 윤석열은 검찰총장을 역임한 전직 대통령이고, 누구보다도 형사사법 체계의 기준이 돼야 할 사람”이라며 “피의자의 대응 방식은 고스란히 일반에도 전파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박 특검보는 전날부터 ‘윤 전 대통령’ 대신 ‘피의자 윤석열’이란 표현을 쓰고 있다. 윤 전 대통령 변호인단은 강제구인 시도에 대해 “전직 대통령을 공개적으로 망신 주려는 행태”라며 반발했다.
법무부는 이날 특검에 공문을 보내 인치 집행을 위한 검사·수사관 파견을 요청했다. 전직 대통령을 강제구인하는 데 대한 부담감으로 해석됐다. 이에 특검은 박억수 특검보를 보내 강제구인을 지휘하려 했으나 윤 전 대통령의 구속적부심 청구로 이를 보류했다. 구속적부심이 청구되면 48시간 이내 피의자 심문과 증거 조사를 마쳐야 한다. 그동안 윤 전 대통령에 대한 특검 조사는 중단된다.
특검은 전날 오후 윤 전 대통령의 가족·변호인을 제외한 외부인 접견금지 조치를 내리며 압박 수위를 높였다. 이날 오후 4시30분 예정됐던 탄 전 대사와의 접견을 사실상 차단한 셈이다. 접견은 탄 전 대사가 먼저 요청한 것으로 파악됐다. 탄 전 대사는 21대 대선 당시 부정선거 음모론을 주장했던 인물이다.
특검은 구속적부심 결과에 따라 강제구인을 추가 시도할지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윤 전 대통령이 조사에 계속 불응할 경우 대면조사 없이 기소하는 방안도 염두에 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경우 구속영장에 담긴 수사방해 등 혐의부터 기소한 뒤 ‘평양 무인기 침투 의혹’ 등 외환 관련 혐의는 추가 기소하는 방안을 고려할 가능성이 크다.
특검은 조태용 전 국가정보원장 자택 등 8곳을 압수수색하며 12·3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한 증거인멸 의혹 수사도 이어갔다. 조 전 원장은 윤 전 대통령과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 등의 비화폰 정보가 계엄 이후 삭제된 상황 등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구자창 신지호 기자 critic@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114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