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기 특별검사가 이끄는 김건희 특검은 9일 김건희 여사의 최측근 김모(48)씨가 대기업들로부터 거액을 부정하게 받은 혐의를 수사 중이다. 특검은 이 사건을 ‘집사 게이트’로 지칭하며 전날 김씨의 압수수색영장이 기각된 사실도 이례적으로 공개했다.
문홍주 특검보는 서울 종로구 KT광화문웨스트 빌딩에서 브리핑을 열고 “최근 언론에서 관심 갖는 집사 게이트 관련 사건에 대해 알려드리겠다”고 말했다. 특검은 지난달 준비기간 중 코바나컨텐츠 관련 전시회 협찬 과정을 내사하다가 김씨가 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지난 4월쯤 베트남으로 출국해 귀국하지 않고 있으며, 사무실과 가족 주거지 등을 옮긴 사실을 확인했다. 김씨는 현재 피의자 신분이다.
김씨가 2023년 설립에 참여한 렌터카 회사 IMS모빌리티(옛 비마이카)는 도이치모터스로부터 BMW 차량 50대를 지원받고,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그룹 계열사 등 기업에서 184억원을 투자받았다. IMS는 2023년 1월 순자산(556억원)보다 부채(1413억원)가 많은 자본잠식 상태였다. 특검은 통상적이지 않은 거액의 투자 유치에 김 여사가 영향을 미쳤는지 수사 중이다. 형사사건 등으로 ‘오너 리스크’가 있는 대기업들이 김 여사 측의 법적 도움을 기대한 정황이 있는지도 살펴볼 방침이다.
문 특검보는 김씨에 대한 여권 무효화를 거론하며 “해외도피 및 증거인멸 정황이 있다고 보여 신속한 수사 진행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어 “기업을 통한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에 대해 어떠한 의혹도 남지 않도록 철저히 실체를 규명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특검이 전날 서울중앙지법에 청구한 관련 압수수색영장은 특검법상 수사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기각됐다. 문 특검보는 “특검 수사 대상이 맞는다”며 “임의제출 등 방식으로 추가적 수사를 진행해 충분히 소명한 후 강제수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김 여사와 2010년 서울대 경영전문대학원 과정에서 친분을 쌓은 인물로 알려졌다. 김씨는 김 여사 모친 최은순씨의 허위 통장잔고증명서를 직접 만들었고, 이와 관련해 2023년 대법원에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형이 확정됐다. 2012~2015년 코바나컨텐츠 감사를 맡기도 했다.
특검은 이날 삼부토건 주가조작 의혹과 관련해선 정창래 전 대표를 피의자 신분, 오일록 현 대표를 참고인 신분으로 각각 소환했다. 특검은 삼부토건이 2023년 5월 폴란드에서 열린 ‘우크라이나 재건 포럼’에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과 참여한 뒤 주가가 급등한 경위 등을 캐물은 것으로 전해졌다. 2개월 뒤인 7월 윤 전 대통령 부부가 우크라이나를 방문하면서 삼부토건 주가는 5배 넘게 폭등했다. 정 전 대표는 이날 출석 과정에서 윤 전 대통령과 원 전 장관을 아는지 묻자 “전혀 관계가 없다”고 말했다. 특검은 오는 16일 ‘명태균 의혹’의 최초 제보자인 강혜경씨를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한다.
구자창 박성영 기자 critic@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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