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7일(이하 현지시간) 한국과 일본에 보낸 관세 서한을 가장 먼저 트루스소셜에 공개하며 관세 위협을 재개했다. 가까운 동맹국인 한·일을 주요 표적으로 삼으면서 협상 과정에 ‘충격 요법’을 극대화하려 한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낮 12시18분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에게 보낸 서한을 공개했다. 이어 1분 만에 이재명 대통령에게 보낸 편지도 올렸다. 트럼프는 “우리는 귀국을 미국의 특별한 경제, 세계 제1의 시장에 참여하기를 초대한다”고 적었다. 이어 25% 상호관세 부과에 대해 “수년간 지속된 한국의 관세·비관세 정책, 무역 장벽에 의한 무역 적자의 시정을 위해 필요한 조치임을 이해해 주시기 바란다”며 “이 적자는 미국 경제뿐만 아니라 국가 안보에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트럼프는 한·일 양국에 대한 서한을 공개한 지 약 2시간이 지난 후에야 말레이시아, 카자흐스탄 등의 정상에게 보낸 서한을 잇달아 게시했다. 총 14개국에 보낸 서한은 국가명과 각국 정상 이름을 적은 수취인, 관세율 수치를 제외하면 내용이 사실상 똑같았다. 캐럴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한·일 서한부터 공개한 이유를 질문받자 “그것은 대통령의 특권”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선택한 국가들”이라고 답했다.
한국은 위성락 국가안보실장 등이 미국을 방문해 고위급 관리들과 협상을 진행 중이었다. 동맹국을 배려하지 않고 오히려 압박해 거래를 유리하게 이끌어가는 트럼프의 전략이 이번에도 드러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트럼프는 2018년에도 한국산 세탁기를 콕 집어 고율 관세를 부과한 바 있다.
뉴욕타임스는 “이번 관세 위협은 트럼프 1기 때 무역협정을 체결했던 한국과 일본을 특히 자극했다”고 보도했다. 한국의 경우 2012년 발효됐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2018년 일부 개정했다. 지난해 기준 대미 수입품에 대한 실효 관세율은 0.79% 수준으로 매우 낮다는 게 한국 정부 입장이다. 일본도 2019년 미·일 무역협정을 체결했다.
트럼프는 최근 한·일과의 무역 협상이 지지부진하다는 판단에 가장 먼저 서한을 공개한 것으로 풀이된다. 폴리티코는 백악관 관계자를 인용해 한·일 정부가 국방비 지출 및 농산물 수입 확대를 거부해 협상이 교착됐다고 보도했다.
핵심 교역국을 먼저 압박해 다른 국가와의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기 위한 목적도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미국의 전체 수입 물량 가운데 일본은 4.5%, 한국은 4%를 차지했다. 관세 부과가 오히려 미국 시장에서 경쟁을 감소시키고 소비자들의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사설에서 “트럼프는 확실히 경제 분위기를 망치는 법을 알고 있다”며 “중국의 앞마당에 있는 두 동맹국을 이렇게 대하는 것은 무슨 방식인가”라고 지적했다.
나성원 기자, 워싱턴=임성수 특파원 na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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