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7일(현지시간) 각국 정상에게 보낸 관세 서한을 공개했지만 무역협상의 불확실성은 여전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율을 조정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히면서도 자동차와 철강 등 이미 품목별로 부과한 관세에 대해선 구체적 언급을 피했다. 상호관세율과 부과 시점에 대해서도 예측을 어렵게 하는 발언을 이어갔다.
트럼프는 서한에서 상호관세 발효 시점을 다음 달 1일로 연기하고 그사이 협상을 통해 관세율을 조정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하지만 상호관세는 품목별 관세(Sectoral tariffs)와 별도라는 입장을 밝혔다. 미 무역대표부(USTR) 부대표를 지낸 웬디 커틀러 아시아소사이어티정책연구소(ASPI) 부회장은 이날 논평에서 “다른 나라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하는 메시지”라며 “미국이 한·일 양국의 최우선순위인 자동차 관세를 포함한 ‘무역확장법 232조’ 품목별 관세의 완화는 수용하지 않을 것임을 시사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실망스러운 소식이지만 그렇다고 게임이 끝난 것은 아니다”며 “다음 달 1일 전까지 협상에 돌파구가 마련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그동안 한국과 일본은 상호관세뿐 아니라 대미 주력 수출 품목인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에 부과된 25%의 품목 관세를 최소화하려고 노력해 왔다. 뉴욕타임스는 한·일과 미국의 협상이 더딘 이유에 대해 “트럼프가 자동차와 철강, 전자제품 등에 대해 여전히 관세를 부과하거나 위협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한국과 일본 정부는 자국의 핵심 산업이 높은 관세를 부과받고 있는 상황에서 트럼프에게 양보안을 제시하는 데 주저하고 있다”고 전했다. 여기에 미 상무부는 반도체와 의약품, 목재 등에 대해서도 품목 관세 부과를 검토하고 있다.
트럼프는 이날 관세 서한을 모두 트루스소셜에 공개했는데 상호관세율도 애초 발표와 달리 오락가락했다. 서한에서 한국과 남아프리카공화국은 각각 25%, 30%로 지난 4월 발표된 관세율과 동일했다. 하지만 일본과 말레이시아는 각각 24%에서 25%로 1% 포인트 올랐다. 반대로 미얀마는 44%에서 40%로, 라오스는 48%에서 40%로 낮아졌다. 이런 관세율 변화 이유에 대해 트럼프는 서한에서 설명하지 않았다.
웰스파고 이코노미스트 새러 하우스는 “전반적으로 불확실성의 연장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포스트도 “서한들은 어색한 대소문자 사용과 미국의 무역 적자 원인에 대해 지나치게 단순화된 주장을 담고 있다”며 “전통적인 무역외교의 관례를 깬 것”이라고 평가했다.
워싱턴=임성수 특파원 joyls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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