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대 특검’(내란·김건희·채해병 특검)이 특검법에 도사린 ‘암초’ 조항 탓에 속앓이를 하고 있다.
가장 큰 논란이 불거진 건 내란 특검법이다. 내란 특검법은 군(軍)검사가 공소유지 중인 계엄군 사령관들의 재판을 특검이 지휘할 수 있도록 했지만, 이 같은 공소 지휘 권한은 사실상 ‘사문화’된 상황이다. 대신 특검은 군검찰과 ‘협조’를 통해 사실상의 지휘권을 행사하고 있다. 이는 내란 특검법 조항이 서로 충돌하는 현상 때문이다.
내란 특검법 7조는 특검이 군검사가 기소한 사건의 이첩을 요구할 수 있고, 군검사는 특검 지휘를 받아 공소유지를 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군검사가 맡은 군사재판에 대해서도 특검의 지휘 권한을 보장하겠다는 취지로 만들어진 조항이다.
문제는 특검의 재판권 및 재판 관할을 규정한 19조다. 19조 1항은 ‘특검이 공소유지를 위해 이첩받은 사건은 군사법원법에도 불구하고 법원이 재판권을 가진다’고 규정했다. 군검사 사건을 특검이 이첩받을 경우 재판 관할이 민간법원으로 바뀐다는 의미다. 이 경우 ‘군검사가 민간법원에서 공소유지를 할 수 있느냐’는 의문이 생긴다.
결정적 모순은 19조 2항에서 발생한다. 이 조항은 ‘특검이 공소제기 및 공소유지한 사건의 1심 재판 관할은 형사소송법을 준용한다’고 정하고 있다. 형사소송법에 따르면 민간법원에서는 검사만 공소를 제기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내란 특검법에 따르더라도 군검사는 민간법원에서 공소유지를 할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군사법원과 민간법원의 증거법적 차이점도 영향이 크다. 군사재판에서는 전직 사령관들의 동의 없이도 피의자 신문조서(피신조서)가 증거로 인정되지만 일반 재판에서는 이들 동의가 있어야 피신조서를 증거로 쓸 수 있다.
내란 특검팀 관계자는 24일 “증거법 차이와 재판 관할 문제 등을 감안해 군검찰에 이첩을 요구하지 않은 것”이라며 “군검찰이 그대로 공소유지를 하고, 특검에서 사실관계를 파악하면 군검찰에 보내 기소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특검도 ‘옥에 티’가 있다. 채해병 특검은 ‘정당의 당적을 가졌던 자’를 특검보 결격 사유로 둔 조항 때문에 다른 특검보다 특검보 임명이 다소 늦어졌다. 채해병 특검을 지휘하는 이명현 특검은 지난 17일 출근길에 “정당 가입이 한 번이라도 있으면 안 된다. 그런 조항이 있어서 아주 문제가 많다”고 토로했다.
‘당적을 가졌던 자’를 결격 사유에 넣은 건 2005년 만들어진 사할린 유전 특검법 때부터다. 최근 국정농단·드루킹·이예람 중사 특검법 등에도 같은 조항이 포함됐다. BBK 특검법, 스폰서 검사 특검법, 디도스 특검법처럼 ‘현재 당적을 가진 자’에 한해 결격 사유로 본 경우도 있긴 하다. 상설특검법은 ‘특검 임명 전 1년 이내에 당적을 가졌던 자’로 결격 기준을 완화했다.
김건희 특검은 특검의 수사 대상에 ‘수사 고의 지연·은폐 의혹’이 포함된 것을 두고 뒷말이 많다. 기존 수사팀을 겨냥한 조항 아니냐는 말이 나오면서 한때 일선 검사와 수사관들 사이에 특검 합류를 꺼리는 분위기가 생겼다고 한다. 다만 김건희 특검을 맡은 민중기 특검은 기존 수사팀을 대부분 그대로 파견받은 상태다. 한 검찰 관계자는 “일선 검사들 사이에서는 ‘수사를 해야 하는 건지 수사를 받아야 하는 건지 헷갈린다’는 우스갯소리도 돌았다”고 전했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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