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를 겨냥한 수사 주도권을 놓고 특검과 검경이 미묘한 기싸움을 벌이고 있다. 주요 수사가 특검으로 넘어갈 예정이지만 검경은 윤 전 대통령 부부의 출석을 잇달아 요구하며 수사의 끈을 바짝 조이고 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검경이 윤 전 대통령 부부에 대한 강제수사나 기습 기소를 시도할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온다. 각 특검팀은 “특검이 주축이 되는 게 순리”라는 입장이다.
김건희 특검팀 핵심 관계자는 22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김 여사 사건을 수사한 검사들을 추가 파견까지 받은 상황”이라며 “(윤 전 대통령 부부 관련 수사는) 우리 자체 내에서 소화할 일이고, 상응하는 처분을 받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내란 특검팀 관계자도 윤 전 대통령의 신병 확보와 관련해 “경찰과 협의 중”이라면서도 “누가 보더라도 상식적인 방향으로 처리를 하게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특검 주도의 수사가 곧 시작되는 국면인 만큼 윤 전 대통령 부부 수사를 맡게 될 각 특검팀에서 방향타를 잡는 게 맞는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채해병 특검을 지휘하는 이명현 특검 역시 이날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당연히 (윤 전 대통령 소환을) 해야 할 것이며 수사의 원칙은 대면수사”라며 “서면 수사나 출장 조사는 원칙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 특검은 다만 윤 전 대통령 소환 시기에 대해서는 “다른 수사가 다 이뤄지면 마지막으로 소환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경찰 국가수사본부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은 세 차례 출석 요구에 불응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신청 여부를 이번 주 내 결론 내겠다는 방침이다. 검찰도 김 여사를 향한 포위망을 죄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명태균 의혹 수사팀은 세 차례,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을 재수사하는 서울고검은 두 차례에 걸쳐 김 여사에게 출석 요구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검찰이 김 여사를 특검보다 먼저 기소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특히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사건의 경우 검찰이 김 여사를 무혐의 처분했다가 재수사가 이뤄진 만큼 결자해지를 시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치권에서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역할을 하는 국정기획위원회에서 수사·기소 분리 등 수사권 조정 논의를 하는 상황과 맞물린 현상이라는 분석도 제기됐다. 한 여당 관계자는 “수사기관은 결국 수사 결과로 목소리를 낼 수밖에 없다”며 “전례 없는 수사를 놓고 검경 모두 조직 옹위 논리가 발현된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구자창 박장군 이서현 기자 critic@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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