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에서 발표한 국가경쟁력 평가에서 69개국 중 27위로 평가됐다. 지난해 역대 최고 순위인 20위를 기록한 뒤 7계단이나 떨어졌다. 1997년 한국이 평가 대상에 포함된 이래 역대 최대 낙폭이다. 윤석열정부 출범 직후였던 2022년과 같은 순위를 기록하면서 국가경쟁력이 3년 전 수준으로 돌아갔다는 평가다.
17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IMD는 ‘2025년 국가경쟁력 평가’에서 한국을 27위로 매겼다. 조사는 경제성과, 정부효율성, 기업효율성, 기반시설(인프라) 등 4대 분야 하위 20개 부문별로 나뉘어 이뤄지는데, 2개 분야 14개 부문에서 순위가 대거 하락했다.
한국의 국가경쟁력 순위가 1년 사이 7계단이나 떨어진 건 처음이다. 종전 최대 낙폭 기록은 전년 대비 6계단 떨어진 1998년이었다. 역대 최저 순위(41위)를 기록했던 1999년에도 5계단 떨어지는 데 그쳤다.
27위는 2022년 윤석열정부 출범 당시 한국이 받은 성적과 같다. 조기 대선을 통해 이달 들어선 이재명정부가 3년 전과 동일한 국가경쟁력 지형에서 첫발을 떼는 셈이다.
종합 순위를 끌어내리는 데 주된 영향을 미친 건 ‘기업효율성’(23→44위)과 ‘인프라’(11→21위) 분야였다. 이들 분야의 하위 10개 부문 역시 모두 순위가 떨어졌는데, 특히 ‘기업의 민첩성’(9→46위) ‘기업의 기회·위협 대응’(17위→52위) 등의 하락 폭이 컸다.
기업의 생산성과 노동시장 역시 흔들리고 있다. 이 부문 세부 항목인 ‘대기업 경쟁력’(41→57위)과 ‘디지털 기술 사용’(11→26위)도 나란히 하락했다. 노동시장 역시 전년보다 22위 하락한 53위를 기록했다.
기업효율성과 인프라는 지난해 상승 폭이 컸던 분야다. 그만큼 미국의 ‘관세 폭탄’, 정치 불안정 등 최근 한국의 경제 지형에 위기가 많았다는 뜻이다. 한국은 지난해 기업효율성 분야에선 2023년보다 10계단 오른 23위를 기록했다. 인프라 분야 역시 지난해엔 전년 대비 5계단 오른 11위였다.
‘경제성과’(16→11위)와 ‘정부효율성’(39→31위) 분야에선 순위가 올랐지만 세부 지표를 들여다보면 위기가 감지된다. 4개 분야 가운데 가장 큰 폭으로 순위를 끌어올린 정부효율성 분야에서도 기업여건과 사회여건은 뒷걸음질쳤다.
특히 사회여건을 구성하는 정치적 불안정 항목은 50위에서 60위로 떨어졌다. 전체 조사 대상국 가운데 최하위에 가깝다. 12·3 비상계엄 사태와 대통령 탄핵 여파로 정치적 불확실성이 증가한 탓으로 보인다. 설문은 탄핵 선고 직전인 지난 3월부터 조기 대선 국면으로 접어든 지난달까지 이뤄졌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금은 장기 저성장 상태이므로 단기적으로 순위를 개선하기는 힘들다”면서도 “정치 불안정성을 이끈 요소는 어느 정도 해소한 만큼 해당 지표는 올라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올해 국가경쟁력 1위는 스위스가 차지했다. 지난해 1위였던 싱가포르는 2위로 밀려났다. 일본은 35위, 다른 주요 7개국(G7)은 캐나다 11위, 미국 13위, 독일 19위, 영국 29위, 프랑스 32위, 이탈리아 43위였다.
세종=이누리 기자 nur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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