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종시 부동산이 ‘정치 테마주화’ 됐다는 우려가 나온다. 대선 정국에 불거진 행정수도 이전 이슈가 세종 부동산을 들었다 놨다 하면서다. 대선 기간 뜨겁게 달궈졌던 매매 열기는 선거 이후 급격히 식고 있다. 세종시 부동산시장은 침울한 분위기다.
세종시에서 공인중개사를 하는 이모씨는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상황을 이렇게 전했다. 조기 대선 정국에서 주요 후보들이 앞다퉈 대통령실과 국회의 세종 이전 등을 공약하면서 한동안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날들을 보내야 했다. 이씨는 “탄핵 후부터 전국에서 외지인들의 투자 문의가 쏟아졌다. 전화를 받느라 다른 업무를 할 수 없는 지경이었다”고 했다. 그는 “하지만 지금은 열기가 사라진 상황”이라고 전했다.
유력 대권 주자였던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4월 대선 경선 TV토론회에서 우선 청와대를 보수해 복귀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지난달 30일에도 입장을 재확인하면서 분위기가 급변했다. 이 중개사는 “토론회에서 ‘청와대로 가겠다’고 한 다음 날부터 전화가 뚝 끊기더라”며 “행정수도 이전 이슈 때마다 오락가락하니 혼란스럽다”고 말했다.

세종 집값은 지난 4월부터 롤러코스터를 탔다. 이는 수치로 확인된다. 한국부동산원 주간아파트가격동향에 따르면 윤 전 대통령 탄핵 직후 4월 7일부터 매주 상승률( 0.07→0.04→0.23→0.49%)이 치솟았다. 하지만 행정수도 세종 이전 가능성이 작아지자 5월 첫째 주부터 6월 첫째 주까지 0.40→0.48→0.30→0.10→0.07% 등 상승 폭이 크게 감소했다. 세종시의 또 다른 중개사는 “아직 매도자들이 호가를 유지하며 관망세지만 매수 문의를 크게 줄었다”라고 말했다.
거래량도 줄었다. 10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시스템에 따르면 세종시 아파트 거래량은 1~4월 305→375→797→1409건으로 늘었다. 5월은 이날 기준 503건이다. 신고 기한이 아직 20일가량 남았지만 전월에 미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한편 경매시장에서는 세종 아파트 경매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이 3년 8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경·공매 데이터 전문기업 지지옥션은 2025년 5월 경매동향보고서에서 세종시 아파트 낙찰가율이 97.7%로 전월(82.3%) 대비 15.4% 포인트 급등했다고 밝혔다. 2021년 9월(103.2%)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이는 세종 아파트값이 고점 대비 하락 수준이 크고, 시장 호가보다 감정가가 저렴한 영향으로 보인다.
이주현 지지옥션 전문위원은 “올해 1월 낙찰가율이 78.6%였는데 5월은 대선 전에 행정수도 이전 이슈로 가격이 많이 개선됐다”면서도 “매매시장이 시들해지면 경매시장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어 6월 이후 데이터를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세종 아파트가 정치테마주 성격을 지니긴 했다”면서도 “고점 대비 아직 많이 싸기 때문에 일부 회복될 가능성은 여전히 있다”고 말했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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