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대선 후보들이 550만 자영업자의 표심 공략에 나섰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는 소상공인 및 민생 관련 공약을 각각 3호, 7호 공약으로 앞세웠다. 자영업자의 폐업과 생존 위기가 누적되며 소상공인 지원이 주요 공약으로 떠올랐다. 하지만 현장에선 “실효성 낮은 대책의 반복”이라는 회의론도 짙다. 소상공인들은 “급한 불을 끄는 대신 경기에 활력을 넣는 게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국민일보가 21일 주요 대선 후보의 소상공인 공약을 짚어보니 핵심은 ‘자영업자 부채 부담 완화’에 쏠렸다. 이재명 후보는 코로나19 정책자금 대출로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을 위해 채무 조정부터 완전 탕감까지 포함한 종합 지원 방안을 제시했다. 대환대출 활성화, 중도상환수수료 단계적 감면, 장기 소액 연체채권 소각을 위한 배드뱅크 설립 등 대출 관련 대책이 주로 포진해 있다. 김문수 후보는 ‘생계 방패 특별 융자’ 제공을 약속했다. 경영 안정 자금 지원 확대와 ‘소상공인 새출발 희망 프로젝트’ 지원금 증액도 포함된다. 국민의힘은 특별 융자를 포함한 정책자금 소요를 약 8조1000억원으로 추산하고 있다.
두 후보의 공약이 비슷할뿐더러 기시감도 든다. 이름과 금리 수준만 달리한 대출 지원은 이미 다양하게 시행 중이다. 유사 정책들의 한계를 넘어서는 정책은 보이지 않는다. 대출 자금 공급과 채무 경감은 일시적 대책일 뿐 실질적인 회복을 담보하지 않는다는 비판이 뒤따른다. 나이스(NICE)평가정보에 따르면 정책금융 대출을 이용한 자영업자 비율은 2019년 2.2%에서 지난 2월 기준 19.7%로 급증했다. 그런데도 자영업자 폐업률은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실효성에 대한 지적도 다양하게 나온다. 일례로 현재 정부가 운영 중인 ‘새출발기금’이 있다. 지난달 기준 누적 신청액이 20조3173억원에 이른다. 분명 수요는 많지만 채무조정 승인율은 28%에 그쳤다. 신청 기준이 까다로운 데다 조정까지 수년이 걸리는 사례도 많기 때문이다. 두 후보 모두 구체적인 지원 기준이나 적용 범위를 명확히 밝히지 않아 비슷한 상황이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소상공인연합회 관계자는 “개인사업자는 대출이 자산 활용에 쓰였는지, 사업 운영에 쓰였는지를 체계적으로 입증하기가 어려워 생기는 문제들이 있다”고 설명했다.
‘경기 활성화’라는 근본적인 대책이 빠졌다는 지적도 있다. 대출 지원을 통한 일종의 심폐소생술만으로는 생태계 자체를 바꿀 수 없다는 것이다. 서울의 한 소상공인은 “표를 위해 이슈를 던지고는 있지만 실제로는 다른 정책에 비해 뒤로 밀리는 느낌이 강하다”며 “빚 탕감, 금융 지원 등은 땜질식 처방이다. 경기 활성화 얘기가 없다”고 말했다. 소비 진작을 위한 공약이 없는 것은 아니다. 온누리상품권, 지역사랑상품권 등의 지원책을 앞세우다 보니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는 10대 공약에 소상공인 관련 정책을 포함시키지 않았다. 하지만 이날 가맹본부의 부당 계약을 견제하는 ‘가맹·플랫폼 공동책임제’, 블랙컨슈머의 ‘별점 테러’ 피해 방지 대책 등을 발표했다. 구체성은 더했지만 큰 그림은 아쉽다는 평가다.
대선 후보들의 공약에 긴장한 것은 금융권이다. 누가 대통령이 되든 공약 실현을 위한 재원 마련 과정에서 금융권에 어느 정도 분담을 요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은행의 공공성이 다시 부각될 수 있다. 한 시중은행 인사는 “정부 재정이나 정책금융으로 해결해야겠지만 국가 부채가 높아진 상황에서 금융 사이드 협력이 필요할 것”이라며 “결국에는 ‘n차 상생금융’ 이름으로 청구서가 날아올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은행권 인사도 “연체율 상승 등으로 건전성 관리가 시급한 은행 입장에선 부담일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소상공인 정책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큰 그림과 구체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제언한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상품권 등의 일회성 지원이나 기술 교육을 통한 직업 전환 등은 현실성이 낮다”며 “비수도권 공실 상가를 활용한 공간 재편 전략까지 병행돼야 한다”고 했다. 서 교수는 “수도권에 몰린 자영업자를 지방으로 분산시키고, 성심당처럼 지역 기반 브랜드로 육성하는 전략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다연 황인호 기자 id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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