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정부가 대규모 조선 클러스터를 조성하기 위한 부지를 확보하는 등 본격적인 조선 산업 육성 전략에 시동을 걸었다. 국내 조선사에 대한 협력 및 투자 요청도 적극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인도 일간지 타임스오브인디아 등 현지 매체는 최근 HD현대중공업이 인도 국영 코친조선소와 타밀나두주 투티코린 지역에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 등 대형 선박 건조를 위한 1000억 루피(약 1조6500억원) 규모의 합작 조선소 설립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인도 정부는 이 지역 외에도 구자라트, 안드라프라데시 등에 전략적 해안 부지를 확보해 대형 조선·수리 시설을 구축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안드라프라데시주 해양위원회도 최근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에 조선 설비 투자 제안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도 정부는 최근 조선업을 국가 핵심 산업으로 지정해 성장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현재 글로벌 시장 점유율이 1% 미만에 불과하지만 2030년까지 세계 10위권으로 진입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조선소 지원을 위한 2500억 루피(약 4조1250억원) 규모의 해상개발펀드 조성을 추진 중이다.
국내 조선사들은 인도 정부의 러브콜에 따라 현지 투자의 사업성을 검토하는 단계다. HD현대중공업 실무 인력은 지난 2월 초 투티코린과 커들로어 등 지역을 방문했다. 지난 1월에는 한화오션 대표단이 인도를 찾아 정부 인사들과 면담하고 스완중공업, 코친조선소, 힌두스탄조선소, L&T조선소 등을 둘러봤다. 인도 현지에 설계 센터를 보유한 삼성중공업도 생산 기반 시설 투자의 유불리를 따져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미국과의 조선 협력이 우선순위에 있는 만큼 인도 진출은 보수적으로 접근하는 분위기가 읽힌다. 한화오션은 지난해 12월 미국 필리조선소를 인수하고 지난 3월에는 미 해군에 함정을 납품하는 호주 방산업체 오스탈의 지분 9.9%를 사들이는 등 미국 시장 공략에 사활을 걸었다. HD현대중공업은 지난달 미국 잉걸스 조선소와 기술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베트남에도 합작 조선소를 이미 설립해 추가 생산 거점 확보가 급한 상황은 아니다. 업계 관계자는 “인도는 기술력을 갖춘 해외 조선소와의 협력이 필요해 국내 조선사의 투자를 기대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논의가 이뤄지기까지는 시간이 많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임송수 기자 songst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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