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가 오기도 전에 여름 디저트 가격이 줄줄이 오르고 있다. 프랜차이즈 카페 빙수 가격은 1만5000원에 육박한다. “빙수 하나에 평양냉면 한 그릇 값”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특급호텔에서는 15만원짜리 초고가 빙수까지 출시되며 가격 논란에 불을 지피고 있다. 그럼에도 프리미엄 디저트 시장은 고가 전략을 이어가며 ‘스몰 럭셔리’ 트렌드를 견인 중이다.
12일 외식업계에 따르면 투썸플레이스는 빙수 2종 가격을 각각 500원씩 높여 책정했다. 애플망고빙수는 기존 1만4000원에서 1만4500원, 팥빙수는 1만2000원에서 1만2500원으로 인상됐다. 이디야커피도 눈꽃빙수 가격을 1000원 인상해 1만2800원에 판매 중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롯데리아 팥빙수도 5500원에서 5900원으로 7.3% 올랐다.
빙수 전문 브랜드 설빙도 최근 가격을 인상했다. 전체 빙수 28종 가운데 11종의 가격이 평균 4.2% 올랐다. 인상된 가격에 따라 ‘초코브라우니 설빙’은 1만3500원, ‘애플망고치즈 설빙’은 1만4500원이 됐다. 서울 시내 직장인 점심 한 끼 가격 수준이다. 원유·과일·설탕 등 기본 식재료와 인건비, 물류비 등이 올라 소비자 가격도 자연스레 상승 곡선을 그리게 됐다는 게 주요 업체의 설명이다.
호텔 빙수가 10년 가까이 인기를 끌며 단일 디저트가 10만원을 훌쩍 넘는 상황이 일상이 됐다. 10만원이 훌쩍 넘는 프리미엄 빙수 시장도 가격 인상에 동참했다. 포시즌스호텔서울은 대표 메뉴 ‘제주 애플망고 빙수’ 가격을 지난해 12만6000원에서 18.3% 올려 14만9000원으로 책정했다. 소셜미디어에서는 “신라호텔보다 비싸다”면서도, 역설적으로 입소문을 타고 있는 상황이다.
서울신라호텔과 롯데호텔서울도 애플망고빙수 가격을 각각 11만원으로 인상했다. 신라호텔은 전년 대비 8000원(7.8%), 롯데호텔은 기존 9만2000원에서 19.6% 올랐다. 신라호텔의 애플망고빙수는 8년 전 4만2000원이었지만, 현재는 약 2.6배 오른 수준이다. 연평균 인상률로 따지면 12.67%로, 같은 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크게 상회한다.
업계 관계자는 “애플망고 등 계절성과 지역 특산성이 강한 과일은 수급 상황에 따라 가격 변동 폭이 클 수밖에 없다”며 “호텔에서는 단순한 맛뿐 아니라 희소성과 체험 요소 등 다양한 가치를 가격에 반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빙수 가격 급등의 배경에는 ‘비싸도 팔린다’를 넘어 ‘비쌀수록 잘 팔린다’는 트렌드가 굳어진 측면도 있다. 계절별 고급 호텔 디저트가 식음료 차원이 아니라 ‘경험 소비’의 한 형태로 확장됐다. 서울신라호텔은 ‘트레저드 모멘트, 트러플 아이스크림’을 6만원에 선보였는데 소비자 호응을 얻고 있다. 프랑스산 와인 젤리, 김포 금쌀로 만든 아이스크림에 블랙 트러플을 갈아주는 테이블 퍼포먼스를 결합해 ‘먹는 쇼룸’을 선보이면서다.
아이스크림업계도 가격 인상으로 여름 채비에 나섰다. 롯데웰푸드, 빙그레 등 주요 브랜드는 지난 2~3월 잇따라 빙과류 가격을 인상했다. 하겐다즈 역시 주요 제품 가격을 최대 16.9% 올렸다. 여름철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되면 추가 인상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이다연 기자 id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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