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는 2022년 2월 일본 승용차 시장에 재진출했습니다. 철수한 지 12년 만의 재도전입니다. 3년여가 지난 현재 누적 판매량은 2000대를 넘지 못하지만 이 같은 수치로 평가할 단계는 아직 아닙니다. 수십 년간 자동차 산업을 취재한 일본 전문기자 15명에게 이메일을 보내 일본에서 현대차의 위치와 전망 등을 물어봤습니다. 답장을 준 기자는 4명뿐이었지만 2가지 지점에서 그들은 한목소리를 냈습니다.
우선 현대차가 전기차로만 승부하면 앞으로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현대차는 현재 일본에서 전기차만 판매하고 있습니다. 전기차 확산이 느린 일본의 틈새시장을 노린 겁니다. 그런데 일본 기자들은 업계의 일반적인 시각과 달리 전기차 시대가 도래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의심하는 분위기였습니다.
아키라 다카하시는 “일본은 원자력 발전 중단 이후 특히 여름철 전력 부족 문제가 심각하다. 전기차 보급이 최선책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일본 소비자들이 ‘현대차’라는 브랜드는 거의 다 알지만 현대차가 만드는 차량은 모르는 이들이 많다고 했는데, 그 원인을 ‘내연기관차의 부재’에서 찾는 시각도 많았습니다.
일본 기자들은 또 현대차가 일본에 재진출하면서 내세웠던 온라인 판매 전략에 대해 ‘현대차의 실수’라고 평가했습니다. 일본은 차량 판매에 있어서 딜러의 역할이 특히 중요한 국가입니다. 아키라는 “요즘은 자동차 고장이 적어 딜러를 찾는 일이 많이 줄었지만 무점포 전략은 일본 소비자에게 불안감을 주는 요인”이라고 꼬집었습니다.
일본 기자들은 현대차의 우수한 기술력을 모두 인정하고 칭찬했습니다. 다만 소비자들은 12년의 공백기 때문에 중국 BYD(비야디)와 같은 신흥 브랜드로 여기거나 ‘과거 실패했던 브랜드’로 인식하는 경향이 많다고 합니다. 스즈키 켄이치는 “테슬라는 브랜드 파워가 있지만 현대차 제품은 일본에서 알려지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인터넷 판매만으로는 고객 확보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오토 야스히로는 “현대차가 판매 방식에 실수를 했다고 생각한다”고 했습니다. 현대차는 최근에서야 일본에 딜러망을 구축하기로 전략을 수정했습니다.
한국엔 현대차의 디자인이 특이하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지 않습니다. 그러나 일본 기자들의 생각은 달랐습니다. 쿠도 타카히로는 “독특한 디자인이 판매에 방해가 된다”고 지적했습니다. 아이오닉5나 캐스퍼 일렉트릭 같은 개성적인 형태의 차량만 출시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이런 부분이 보완된다면 향후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내다봤습니다. 쿠도는 “현대차는 기술력이 뛰어나고 높은 수준의 완성도를 갖췄으며 세련된 브랜드”라며 “특히 일본 청년들이 한국을 매우 가깝게 느끼고 있기 때문에 인내심을 가지고 이름을 알린다면 미래는 유망하다”고 전망했습니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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