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우크라이나 괴뢰들이 핵대국의 영토에 대한 군사적 행동을 노골화하는 것을 그대로 방치해둔다면 서울의 군대도 무모한 용감성을 따라 키울 수 있다”고 주장했다. 러시아가 벌인 전쟁에 북한군을 파병한 행위를 정당화하는 동시에 한·미에 그 책임을 돌린 것이다.
북한 노동신문과 조선중앙통신은 10일 김 위원장이 러시아 전승절(9일)을 맞아 주북한 러시아대사관을 방문해 발표한 연설 전문을 공개했다. 김 위원장은 연설에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파병이 지난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맺은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관한 조약’에 따른 조치임을 강변했다.
그는 “우리의 참전은 정당한 것이었으며 이는 우리의 주권적 권리영역”이라고 말했다. 이어 파병 명분의 하나로 남측의 도발 가능성을 거론하며 “미국의 특등 앞잡이인 서울의 군대도 (우크라이나의) 무모한 용감성을 따라 키울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이와 함께 “만약 미국과 서방이 우리의 형제국가 러시아연방에 대한 위험한 군사적 침공 발상을 포기하지 않고 또다시 공격을 감행한다면 나는 기꺼이 적들의 무력침공을 격퇴하기 위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무력사용을 주저 없이 명령할 것”이라며 “이것을 나는 형제로서, 전우로서 우리가 해야 할 신성한 사명으로 간주하고 있다”고 발언했다. 이번 연설은 총 60문장으로 이뤄졌는데, 북·러 관계를 강조한 문장만 14번 등장했다. ‘동맹’은 7차례, ‘형제’는 9차례 각각 썼다.
김 위원장이 이번 연설을 통해 러시아 파병의 정당성을 강조하면서도 남측과의 물리적 충돌을 원치 않는다는 의중을 내비쳤다는 분석도 나왔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석좌연구위원은 “우크라이나가 러시아를 공격한 것처럼 남한이 자신들을 공격할 수 있다는 두려움이 담겼다”며 “엄밀히 보면 본인들을 건들지 말라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향후 국제적 비난이나 정전 협상, 전후 처리와 관련한 사전 작업”이라며 “한반도에서 비슷한 상황이 발생하면 (러시아가) 의무를 행사해야 한다는 점을 환기하는 작업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한편 한·미 해군은 지난 8일부터 이날까지 동해상에서 연합 해상훈련을 진행했다. 북방한계선(NLL)을 남하해 해상으로 침투하는 북한 특수전 전략을 조기 격멸하는 해상대특수전부대작전(MCSOF) 훈련과 수중으로 침투하는 적 잠수함을 탐지 및 추적, 격멸하는 연합 대잠전 훈련 등이 진행됐다.
박준상 기자 junwit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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