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분기 대만 TSMC가 삼성전자 반도체(DS) 부문 매출을 10조원 이상 웃돌았다. 전 세계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 1위인 TSMC가 공세를 더욱 강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비해 파운드리 외에도 메모리와 비메모리 등 종합 반도체 사업을 하는 삼성전자는 좀처럼 매출 반등을 이뤄내지 못하고 있다.
11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TSMC는 올해 1분기(1~3월) 매출이 8392억5400만 대만달러(약 39조원)로 1년 전보다 42% 증가했다. 4월 매출은 3495억6700만 대만달러(약 16조2000억원)로 월간 매출 중 역대 최고 기록을 세웠다. 전년 대비로는 4월 한 달 매출이 1년 전보다 48.1% 증가했다.
TSMC의 매출 호조는 미국 등 주요 국가의 인공지능(AI) 수요가 꾸준한 데다가, 미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으로 반도체 재고 비축 수요가 몰린 데 따른 결과다. TSMC의 주요 고객은 애플, 엔비디아 등 미국 주요 빅테크 기업이다. 이들 기업의 매출 대부분이 미국에서 발생하는 만큼, 관세 여파로 비용 증가를 우려한 기업들이 하반기 예정된 주문을 앞당긴 것이란 분석이다.
반도체 수요가 앞당겨지는 분위기에도 삼성전자 반도체 매출은 내리막을 걸었다. 1분기 삼성전자 DS 부문 매출은 25조1000억원으로 전 분기 대비 17% 감소했다. 메모리뿐 아니라 파운드리에서도 실적이 부진했는데, 이에 대해 삼성전자는 “모바일 등 계절적 수요 약세에 더해 고객사 재고 조정 및 가동률 정체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와 TSMC 매출 차이는 점차 벌어지고 있다. 양사 매출은 지난해 2분기 28조원대로 비슷했지만 삼성전자가 분기 매출 30조원 안팎을 기록하는 동안 TSMC는 꾸준히 매출을 늘렸다. 지난해 3분기에 약 3조원이었던 양사 매출 차이는 4분기 8조원에서 올해 1분기 13조원 이상으로 더 커졌다.
시장은 양사의 격차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TSMC가 미국의 대중 반도체 수출 규제에도 올해 전체 매출이 25%가량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면서다. TSMC는 올해 2분기 매출 전망치를 삼성전자 매출 전망치보다 10조원가량 많은 약 40조원으로 내다봤다. 한편 파운드리 사업부에서 분기 적자를 거듭하고 있는 삼성전자는 하반기 불확실성에도 적자 폭이 개선될 것으로 전망했다. 전 세계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TSMC가 67%, 삼성전자가 8% 수준이다.
심희정 기자 simcit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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