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 혈관(관상동맥)에 지방이나 콜레스테롤, 칼슘 등이 쌓여 단단하게 굳은 ‘석회화’ 병변을 가진 이들이 적지 않다. 심한 석회화는 혈관 내부를 좁게 만들어 결국 협심증이나 심근경색으로 이어질 수 있어 평소 관리가 중요하다. 건강검진 시 심장 CT 스캔을 통해 석회화 지수를 파악하면 관상동맥 질환 위험을 예측할 수 있다. 고령화와 비만, 흡연 등 위험 인자와 더불어 당뇨병, 고혈압, 고지혈증, 만성신부전 유병률 증가로 중증의 석회화 관상동맥 질환이 느는 추세다. 심장 혈관이 좁아지면 풍선 스텐트(금속 그물망)를 삽입해 넓히는 시술을 받게 되는데, 이때 스텐트의 확장이 잘 되는 것이 중요하다. 혈관의 석회화가 심하면 스텐트가 펴지는데 제한을 받기 때문이다.
최근 심한 석회화 병변을 효과적으로 깨부수는 신의료술이 국내에 처음 도입됐다. 기존 치료법보다 혈관 손상이나 깨진 석회화 조각이 다른 혈관을 막을 위험 등 부작용 발생이 적고 시술 시간을 줄여 줘 환자들에게 새로운 치료 옵션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삼성서울병원은 지난달 중순 심장 혈관 내 석회화 병변을 파쇄하는 최신 치료법인 ‘관상동맥 내 쇄석술(IVL)’을 국내 최초로 시행했다. 좁아진 관상동맥 혈관을 넓히는 스텐트를 삽입하기에 앞서 석회화 정도가 심할 때 특수 카테터(도관)를 이용해 혈관 내에 순간적으로 고강도 음압 펄스(50기압의 음파)를 최대 120번까지를 발생시켜 석회화 병변을 분쇄하는 시술이다. 이를 통해 스텐트가 최적으로 평평하게 혈관 내벽에 밀착될 수 있도록 돕는다.
기존에 활용돼 온 회전죽종절제술이나 고압풍선혈관성형술과 비교해 장점이 많다. 회전죽종절제술은 미세한 크기의 다이아몬드 코팅 천공기를 회전시켜 석회화 병변을 깎아내는 방법이다. 고압풍선혈관성형술은 고압으로 풍선을 확장해 석회화된 찌꺼기를 혈관 벽에 압착시키는 기술이다.
삼성서울병원 순환기내과 송영빈 교수는 12일 “기존 방법들에 비해 혈관 손상 및 천공(구멍 뚫림), 깨진 석회화 조각이 말초 혈관을 막는 색전증 위험을 현저히 낮추며 시술의 복잡성 감소, 시술 시간 단축 등을 통해 환자 안전성을 크게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심한 석회화가 동반된 중증의 협착 환자 치료에 적합하다. 혈관 초음파나 빛간섭단층촬영술을 통해 석회화 부위가 혈관 내벽을 270도 이상 둘러싸면서 길이가 5㎜, 두께가 0.5㎜ 이상이면 심한 상태로 평가된다. 이런 병변은 치료가 매우 힘들다. 전체 관상동맥 스텐트 시술 환자의 약 10~15%가 해당된다.
IVL은 2021년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 이후 북미와 유럽, 일본 등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하는 추세다. 국내에는 지난 3월 말 보건복지부와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이 신의료기술로 고시했다. 이후 주요 대학병원에서 순차적으로 도입이 이뤄지고 있다. 미국 심장학회지(JACC) 발표 연구에 따르면 시술 성공률은 92.4%에 달했다. 일본에서 진행된 후속 연구에서도 성공률이 93.8%로 효과와 안전성이 입증됐다. 송 교수는 “우리나라에선 아직 비급여이긴 하지만 곧 건강보험이 적용될 것으로 기대되며 이는 치료비 부담을 줄이고 보다 많은 환자들에게 접근 가능한 치료 기회를 제공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심장 혈관 석회화를 예방하려면 고지혈증이나 고혈압, 당뇨병, 흡연, 비만 등 위험 인자들을 줄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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