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길 걷는 목사 부부 “사역 공백 없는 우린 행복한 동역자”

부부가 같은 공간에서 함께 일하는 동업에 대해 부정적인 말이 넘쳐난다. 주위 사람들은 “24시간 붙어있으면 자주 싸운다” “사소한 불만이 쌓여 이혼하기 쉽다” 등의 예단과 뒷말을 쉽게 입에 올린다. 부부가 동업하는 일이 목회라면 어떠할까. 한 몸으로 교회를 일궈 나가는 목사 부부를 바라보는 시선이라고 마냥 예외는 아니다. 그러나 그런 우려를 정면 반박하듯 함께하는 목회와 삶을 통해 더 큰 은혜를 보이는 이들이 있다. 가정의 달을 맞아 국민일보가 만난 다섯 쌍의 목사 부부는 목회자도 인간인지라 서로 상처 줄 때도 있지만 둘이 함께 복음을 전하는 일은 이를 뛰어넘는 행복이라고 입을 모았다.


제주 서귀포 중문에서 성서식물원 ‘비블리아’를 운영하며 중문찬양교회를 함께 이끄는 이태용(66)·김만임(63) 목사 부부는 올해로 공동 목회 22년 차를 맞았다. 남편은 성경 속 식물을 통해 복음을 전하고, 아내는 다음세대를 돌보며 예배를 이끈다. 아내인 김 목사는 최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하나님이 주신 은사에 따라 각자 주된 사역을 하되, 서로가 돕고 함께한다”고 했다.

공동 목회 여정은 초등학교 6학년이던 큰아들을 의료사고로 잃던 199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남편은 제주의 한 식물원에서 일하던 평신도였고, 아내는 선교원 소속 전도사였다. 큰 슬픔 앞에서 부부는 삶의 의미를 붙들며 기도했다. 원예·조경 전공자였던 남편은 신학 공부를 했고, 부부는 목사 안수를 받았다. 2006년부터 성지순례를 다니며 감람나무 종려나무 무화과 등 성경 속 식물 종자를 채집해 양묘하며 ‘말씀을 품은 식물원’을 꿈꿨고, 2013년 비블리아를 열었다. 김 목사가 중문찬양교회 담임목사로 부임하면서, 남편 이 목사는 협동 목사로서 동역하고 있다. 주일엔 식물원 문을 닫고 함께 주일 설교 등 교회 사역에 집중하고 있다. 이 목사는 “서로의 전문성이 다르기에 맡은 일에 집중하며, 모자란 부분은 서로 돕는다”고 했다.


충남 천안의 메시지처치를 함께 개척한 마지영(39)·김지유(35) 목사 부부는 백석대 신대원에서 만나 결혼했고, 공동 목회자가 됐다. 지난해 1월 시작한 교회는 작지만 성도 연령대가 다양하다. 두 사람은 교육과 돌봄, 행정 등 각자가 잘하는 영역을 감당하고 있다. 아내인 김 목사는 최근 통화에서 “남편은 제가 사모로서 내조하기를 바라기보다 하나님께 받은 은사대로 사역할 수 있게 존중하고 지지해주었다”고 했다.

부부는 한주씩 돌아가며 설교한다. 마 목사는 “담임 목사의 설교를 ‘집밥’이라 표현하고 부흥회나 외부 강사의 설교를 ‘외식’이나 ‘특식’이라 표현하는 경우가 많다”며 “우리 교회엔 집밥 담당 요리사가 둘이나 된다”고 웃었다.

두 사람이 처음부터 공동 목회를 계획한 건 아니었다. 남편은 개척을 꿈꿨고, 아내는 선교를 희망했다. 그러나 다른 교회에서 함께 부교역자로 일하며 연애와 결혼에 대한 상담이 부부를 통해 자연스레 이뤄지고 관련 설교로 이어지는 등의 장점을 알게 됐다. 종일 동행하는 것에 대한 행복도 결정에 한몫했다. 이 교회엔 ‘부부가 목회하는 교회여서 왔다’는 성도도 있다.

유일한 단점은 재정이다. 작은 교회의 경우 목회자의 배우자가 일해 가정 경제를 책임지는 일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김 목사는 “다른 곁눈질을 하지 않고 저희를 향한 하나님의 뜻을 구하며 나아가고 있다”고 했다.


오히려 부부이기에 재정적인 부분이 해결된다는 경우도 있었다. 서울 은평구의 한 상가에 있는 아침교회의 안석문(60)·박현정(55) 목사 부부는 “모든 일을 신속하게 의논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어려운 시기 사례비 등 교회 사정을 허심탄회하게 나누며 위기를 넘길 수 있었다”고 했다. 두 사람은 적은 수의 개척 멤버로 교회를 시작해 19년째 동고동락하고 있다. 두 사람은 1990년대 초반 선교단체에서 만났다. 당시 유학을 준비하던 박 목사는 영국으로 가는 대신 안 목사의 청혼을 받아들였다. 남편 안 목사가 다른 교회에서 사역할 때 박 목사는 두 아들을 키우며 내조했다. 2006년 교회를 개척하면서 공동 목회가 시작됐다. 안 목사는 목양과 행정, 어린이 돌봄 등 담임목사로서 사역 전반을 책임지고, 박 목사는 설교와 양육을 중심으로 양육책임자 역할을 맡고 있다.

서로가 서로에게 가장 힘이 됐던 순간을 묻자 두 사람은 “믿었던 사람을 잃고, 그가 교회를 떠난 시간”을 동시에 꼽았다. 부부는 “작은 오해로 시작돼 아픔과 고통으로 이어졌지만 배우자 등 동역자가 있었기에 버텨낼 수 있었다”고 했다.


경기도 화성 남양읍에 있는 사랑의빛교회도 김광덕(63) 목사와 이술희(61) 목사 부부가 같이 이끌어 가는 공동체다. 2001년 설립 초기 부교역자가 부족해 갖가지 성도 불만이 속출하자 남편인 김 목사가 당시 전도사였던 이 목사에게 신대원 진학을 권유했다. 아내인 이 목사는 “넉넉하게 부교역자를 둘 수 없었던 어려움이 직접 사역의 현장에 뛰어들 기회를 마련해 준 셈”이라며 “함께 사역하니 경제적으로도 지출을 줄일 수 있었다”고 했다. “무엇보다 서로를 가장 잘 이해하고 지지할 수 있다는 것이 큰 힘이 된다”고 덧붙였다.

사역의 역할 분담은 은사에 따라 이뤄졌다. 김 목사는 설교와 행정을 맡고, 상담학을 전공한 이 목사는 여성 사역과 교회 학교, 심방, 일대일 양육 등을 담당하고 있다. 이 목사는 “목사의 아내로만 존재하지 않고, 목회자로서 함께 동역할 수 있어 감사하다”며 “새로운 성도들이 나를 ‘사모님’이라고 부를 것 같으면 남편이 먼저 나서 저를 ‘목사님’이라 부른다”고 했다.


목회와 가정이 때론 분리되지 않아 힘들 때도 있다고 한다. 그러나 김 목사는 “생각이나 감정이 부딪힐 땐 일단 침묵하고 아내의 감정을 담아주는 것이 하나님께 영광 돌리는 일이라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계룡(55) 박선희(57) 구세군 사관은 부부가 함께 복음을 전한다는 국제 구세군 규범에 따라 함께 사역한다. 구세군북대구교회 등을 거쳐 현재는 서울 구세군아현교회에서 목회하고 있다. 다른 부부 목회자처럼 두 사람도 연애 시절부터 공동 목회를 작정한 것은 아니었다.

두 사람은 대학생성경읽기선교회(UBF)에서 만났다. 이 사관은 구세군 사관의 길을 계획했지만, 상대는 그렇지 않았다. 결혼하려면 사관끼리 해야 한다는 원칙을 두고 두 사람은 1년 동안 함께 기도했다.

이 사관은 “그때가 가장 어려웠던 시간이었다”라며 “구세군 사관학교 입학을 결심해준 아내에게 늘 감사한 마음”이라고 했다.

박 사관은 현재 교회에서 여성 사역의 전반을 담당하고, 이 사관은 주일 설교 사역을 주로 맡고 있다. 수요일이나 금요 기도회, 새벽 기도회 등 설교나 교육과 돌봄, 행정 영역은 부부가 똑같이 분담한다. 사례비도 같다.

이 사관은 “이런 사역 나눔은 언제든지 서로의 공백을 대체할 수 있다는 장점이 된다”며 “모든 일을 함께 분담하기에 마음의 부담감도 줄어든다”고 했다.

음악을 전공해 성인으로 자란 쌍둥이 딸은 교회 연주와 지휘 등으로 봉사하고 있다. 바쁜 사역 속에서도 가정의 기쁨을 함께 나눌 수 있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이 사관은 강조했다.

“가정은 사회에서도 교회에서도 가장 중요하고 기본이 되는 곳입니다. 가정이 온전히 서고 가정이 기쁘고 행복해야 사회가 기쁘고 교회가 기쁨이 넘쳐납니다. 에덴동산에서 사람이 행복하길 원하셨던 하나님의 마음을 먼저 생각하고, 늘 기쁨과 행복을 만들어가시길 바랍니다.”

신은정 김수연 기자 se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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