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 측은 7일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이 황우여 전 대선 경선 선거관리위원장에게 김 후보와 한덕수 무소속 대선 예비후보 간 단일화 경선 절차를 진행해 달라고 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김 후보와 한 후보의 단일화 회동 전부터 미리 결렬을 상정하고 당 지도부가 일방적으로 후보 단일화 절차를 진행하려 했다는 주장이다.
당 지도부는 권 위원장의 연락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단일화 협상 결과와 별개로 향후 TV토론이나 여론조사가 필요할 경우 준비해주면 좋겠다는 취지였다”고 해명했다. 공식 선출된 후보와 당 지도부의 충돌로 선거대책위원회도 제대로 출범하지 못하는 지리멸렬한 상황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김 후보 측 김재원 비서실장은 이날 오후 서울 종로구의 한 식당에서 김 후보와 한 후보 간 회동이 이뤄지던 와중에 취재진 앞에 서서 “김 후보와 함께 약속 장소로 오는 도중 납득하기 어려운 소식을 들었다”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권 위원장이 오후 5시에서 5시 반 사이 황 전 위원장을 찾아가서 ‘(당내) 선관위가 아직 기능을 발휘하고 있고, 오늘 김 후보와 한 후보 회동은 결렬될 것이 명확하다. 오늘 저녁 바로 선관위를 열어 내일(8일) 후보자 토론, 모레(9일)부터 여론조사를 실시해 후보를 정하는 절차를 진행해달라’고 요구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 두 분이 만나서 후보 단일화를 어떻게 할 건지 이제 막 대화를 하고 있는데 당에서는 벌써 김 후보를 끌어내리기 위해 선관위원장을 찾아가 다시 대선 후보 경선 절차를 진행해 달라고 말했다는 것”이라며 “이게 사실이라면 저 두 분을 왜 마주 앉게 했느냐”고 지적했다.
이에 신동욱 수석대변인은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권 위원장 발언) 취지가 상당 부분 왜곡돼 전달된 부분이 있다”며 반박했다. 신 대변인은 특히 ‘회동 결렬’ 발언과 관련해 “권 위원장 설명은 ‘(두 후보가) 만나게 돼 참 다행이고 좋은 결실을 맺으면 좋겠다’”는 취지였다고 설명했다. 두 후보가 단일화에 합의하면 TV토론이나 여론조사 등이 선관위 소관 사항으로 넘어가니 미리 준비해두면 좋겠다는 취지로 연락했다는 주장이다.
황 전 위원장은 “김 후보 캠프의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을 맡고 있으니 선관위원장을 계속하는 건 적절치 않다”며 선관위원장 자리를 내려놓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한다. 황 전 위원장은 국민일보 통화에서 “이미 당에서 경선으로 후보를 선출했으니 토론·여론조사 같은 경선보다는 ‘협상’을 통해 단일화 문제를 풀어가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 후보 측은 지도부가 오는 11일 전 단일화 완료를 목표로 정해두고 당 대선 후보와 상의 없이 절차를 진행하는 것 자체를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한 영남 중진은 “후보 선출 이후 지도부가 단일화에 대해 후보에게 지나치게 강압적인 모양새로 비치면서 오히려 김 후보 측 ‘버티기’의 빌미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종선 정우진 기자 remembe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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