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 소년 아마르자르갈(19)군은 2년 전 골육종 치료를 위해 어머니 우얀가(40)씨와 한국 땅을 밟았다. 당시 아마르자르갈군은 골육종, 뼈에 발생하는 악성 종양으로 투병 중이었다. 건강했다면 고향에서 친구들과 함께 뛰어놀며 즐거운 10대를 보내야 했을 그였지만 갑작스럽게 찾아온 병마는 소년의 왼쪽 다리를 앗아갔다. 휠체어와 목발 없이는 제대로 걷지 못했다.
몽골에서 다리를 절단하는 수술도 받았지만 현지 의료 수준으로는 더 이상 치료가 어려워 한국을 찾았다. 다행히 한국에서 수술 후 지난해 완치 판정을 받았고 학업을 이어가기 위해 한국 중학교에 편입해 다녔다. 하지만 병마는 그를 끈질기게 괴롭혔다.
지난 2월 중학교 졸업식 날 그는 병원에서 청천벽력과 같은 소식을 들었다. 과거 몽골에서 절단한 왼쪽 다리 절단부에 암이 재발했다. 성장기 소년이다 보니 절단부에 뼈가 자라 암세포가 다시 발견된 것이다.
아마르자르갈군을 돕고 있는 이준모(60) 인천 해인교회 목사는 최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우얀가씨는 몽골에서 약사로 일했고 남편은 의사였다”며 “아들의 치료를 위해 전 재산을 치료에 썼지만 끝없이 드는 치료비를 감당하기엔 역부족이었다”고 설명했다.
부모가 지난 2년간 쓴 통원 치료비만 2억원에 달한다. 몽골에선 집 한 채 값이다. 외국인이라 건강보험을 적용받지 못하고 생활비도 부족해 하루하루 간신히 버티던 부모는 아들의 재발 소식에 무력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치료비 때문에 병원 진료를 제때 받지 못 하는 일도 반복됐다. 지난달엔 65만원이 부족해 퇴원을 못 하는 상황이 발생했고 최근에도 74만원이 모자라 치료 시기를 놓칠 뻔했다. 우얀가씨는 비자가 만료돼 고국으로 돌아간 상황이라 아마르자르갈군과 그의 아버지만 남아 투병을 이어가고 있다.
이 가족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민 건 해인교회 교인들이었다. 이 목사와 성도들은 두 부자에게 빈방을 무료로 제공하고 병원비와 식비를 지원했다. 이들의 안타까운 소식을 접한 인천 지역 장애인 단체는 전동 휠체어를 마련하는 등 나그네 같은 이들에게 환대와 도움의 손길을 건넸다.
아마르자르갈군은 오는 16일 암세포 제거 수술을 앞두고 있다. 수술비만 1400만원이고 입원비 등까지 더하면 큰 비용이 들어간다. 해인교회의 도움에도 한계가 있었고 몽골에 있는 친척들마저 부모에게 ‘치료를 포기하라’는 말도 서슴지 않고 있다.
이 목사는 “아직 스무 살도 안 된 아이를 포기할 수 없다”며 “교회와 지역사회, 이름을 밝히지 않은 후원자들이 조금씩 힘을 보태고 있지만 거액의 수술비와 치료비를 감당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고 토로했다. 그러나 아마르자르갈군과 이 목사는 희망을 잃지 않는다. 이 목사는 “이번에도 기적이 일어나 하나님께서 이 소년을 책임지시리라고 믿는다”고 전했다.
유경진 기자 ykj@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11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