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대선 경선 토론회에서 한동훈 후보와 홍준표 후보가 25일 ‘창과 창’의 맞대결을 펼쳤다. 두 후보는 12·3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에 대한 책임론 등을 놓고 한 치의 물러남도 없는 설전을 벌였다.
홍 후보는 서울 종로구 채널A 스튜디오에서 진행된 국민의힘 2차 경선 맞수 토론회에서 ‘지난해 12월 3일 당대표였으면 계엄을 막았을 것인가’라는 사회자 질문에 “제가 당대표였으면 계엄도 탄핵도 일어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사건건 깐족대고 시비거는 당대표를 두고 대통령이 참을 수 있었겠느냐”며 계엄 당시 당대표였던 한 후보에게 책임을 돌렸다.
한 후보는 ‘김건희특검법을 통과시키겠다고 대통령실을 협박한 적 있느냐’는 질문에 “사실이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홍 후보처럼 대통령 옆에서 아부하면서 기분을 맞춰준 사람에게 계엄의 책임이 있다”고 역공을 펼쳤다. 그는 ‘윤 전 대통령을 왜 배신했느냐’는 질문에는 “계엄을 막아야만 했다”며 “그래야 보수가 살고 대한민국이 살았다”고 답했다.
홍 후보는 자신의 주도권 토론 기회가 돌아오자 “계엄을 막은 것은 야당이고 한 후보는 숟가락만 얹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당대표가 계엄 선포 사실을 몰랐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솔직히 계엄 유발과 탄핵에 책임이 있다고 말하는 게 어떤가”라고 물었다. 이에 한 후보는 “(당시) 여당 대표로서 굉장히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홍 후보는 아직 계엄을 옹호하는 입장으로 보인다”며 “우리 국민들과 지지자들에게 큰 부끄러움을 느끼게 할 것”이라고 쏘아붙였다.
한 후보는 홍 후보의 과거 발언을 문제 삼으며 집요하게 몰아붙였다. 한 후보는 홍 후보가 최근 방송 인터뷰에서 지난해 7·23 전당대회 당시 당원 약 63%가 한 후보를 당대표로 선택한 것을 놓고 “당원들이 정신이 나갔네”라고 한 발언에 대해 지적했다. 한 후보가 “제가 아닌 당원들을 비판한 것이다. 사과하겠느냐”고 하자 홍 후보는 “사과하라면 하겠다”고 했다. 홍 후보는 그러면서도 “(22대 총선에서) 참패한 사람을 다시 당대표로 들이니까 ‘정신 나간 사람들 아닌가’라고 말한 것”이라며 물러서지 않았다. 한 후보도 “후보님이야말로 패배의 아이콘”이라고 날을 세웠다.
윤 전 대통령과 홍 후보가 지난해 4·10 총선 직후 관저에서 가진 대화 내용도 공격 수단으로 활용됐다. 홍 후보는 “(당시) 윤 전 대통령이 한 후보가 총선에서 이겼다면 총리로 임명하고 후계자로 삼으려 했다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한 후보는 “저는 (지난해) 1월에 사퇴 요구를 받았다”며 “거짓말하시면 안 된다”고 받아쳤다.
두 후보는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출마할 경우 단일화 여부에는 모두 긍정 입장을 밝혔다. 윤 전 대통령의 탈당 필요성에 대해서도 두 후보는 당사자에게 맡길 문제라고 답했다.
구자창 정우진 기자 critic@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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