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6·3 대선 경선에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차출론이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 한 권한대행 본인 의사와 무관하게 등판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경선 후보들도 앞다퉈 유화적인 제스처를 취하고 있다. 일찍이 문호를 개방했던 김문수 후보에 이어 철벽을 쳤던 한동훈·홍준표 후보까지 한 권한대행과의 단일화에 열린 자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이런 기류 변화의 근저에는 한 권한대행에 대한 보수층 지지세가 무시하기 힘들 정도로 커졌고, 결국 이를 최대한 흡수해야 결선 티켓을 쥘 수 있다는 판단이 자리하고 있다. 한 권한대행의 부상이 일종의 ‘메기효과’로 이어지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홍 후보는 24일 서울 여의도 경선캠프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한 대행이 대선에 출마하고 반(反)이재명 단일화에 나선다면 한 대행과도 함께하겠다”며 “국민 대통합을 위해 갈등을 녹여낼 용광로가 돼 모든 정치세력을 끌어안고 가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와도 빅텐트를 위한 협상을 후보가 되는 즉시 진행하겠다”고 덧붙였다.
홍 후보는 단일화에 대한 입장 선회 배경과 관련해 “당원과 국민의 요구가 모두 안고 가라는 거라서 입장이 바뀔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페이스북 글을 통해 “제가 최종후보가 되더라도 한 권한대행과 ‘원샷’ 경선해서 보수 후보 단일화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전날 오전까지만 해도 한 권한대행 출마 관련 질문에 “고려 대상에 넣지 않는다”며 일축했었다.
한 권한대행 출마에 부정적이었던 한 후보도 “경선에서 압도적으로 승리한 다음 본선 승리를 위해 모든 사람과 함께할 것”이라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그는 “한 총리님과 저는 초유의 계엄 상황에서 갈등을 최소화하면서 수습하기 위해 함께 머리를 맞댔다”며 “대한민국의 미래를 지키고 꽃피우겠다는 생각이 완전히 같다”고 강조했다. 단일화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다.
이 같은 움직임은 ‘당심’(당원 투표) 50%를 여론조사에 반영하는 2차 경선의 특성 때문이기도 하다. 국민의힘 지지층과 의원들 사이 ‘한덕수 변수’가 점차 영향력을 키우는 상황에서 단일화에 선을 그을 경우 경선 경쟁력만 떨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홍 후보 비서실장인 김대식 의원은 SBS라디오에서 “한 대행이 나오신다면 우리가 승리해야 하니까 빅텐트를 선수 쳐서 구성해 함께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 후보 측도 “우리만 단일화 가능성을 닫아놓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단일화 카드를 선점했던 김 후보 측은 견제구를 날렸다. 김 후보 측 김재원 공보미디어총괄본부장은 MBC라디오에서 “홍 후보의 빅텐트는 결국 1인용 빅텐트고, 한 후보는 아예 정치력이 없는 분”이라고 날을 세웠다. 안철수 후보는 유일하게 출마 불가론을 고수했다. 그는 페이스북을 통해 “한덕수 대행님아, 부디 출마의 강을 건너지 마시라”고 말했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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