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럼프발 관세 쇼크로 ‘블랙먼데이’가 연출됐던 글로벌 증시가 하루 만에 진정세를 보였다. 저가 매수세 유입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시장이 기대한 것은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소방수 역할이었다. 5년 전 코로나 팬데믹 때처럼 연준이 긴급 처방을 내놓길 바랄 만큼 시장은 공포에 빠졌던 셈이다. 월가에선 연준이 올해 안에 2~3차례, 최대 100bp(1%포인트)까지 기준금리를 내릴 수 있다는 기대가 고개를 든다. 하지만 이는 실제 경기침체 시에나 가능한 시나리오다. 인플레이션은 5년째 2% 목표를 웃돌고 있다. 여기에 트럼프 관세는 단순한 수요 충격이 아니라 공급망 자체를 훼손하는 공급 충격으로 물가 상승의 ‘고질성’은 더 커진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현재 ‘성장’보다 ‘기대 인플레이션의 고정(anchor)’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연준이 섣불리 금리를 내렸다가 인플레 기대가 불안정해지면, 훗날 더 고통스러운 고금리 처방전을 발급해야 한다는 걸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1970년대 두 차례의 유가 충격과 이후 ‘볼커 쇼크’에서 얻은 교훈이기도 하다. 게다가 연준의 행보 자체가 시장 심리에 영향을 준다. 연준이 물가보다 성장을 우선시한다고 판단되면, 시장은 이를 ‘물가 상승 허용 신호’로 해석하고 기대 인플레이션을 높여버릴 수 있다. 파월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금리 인하 요구를 묵살할 수밖에 없는 불가피한 이유이기도 하다.
아이러니하게도, 시장이 기대를 걸어볼 유일한 구심점은 트럼프의 집권 기반인 공화당 내부일지 모른다. 관세로 인해 직접 피해를 보는 지역이 공화당의 핵심 지지기반이라는 점에서다. 루이지애나의 콩, 캔자스의 소고기, 앨라배마의 농산물 등이 유럽연합(EU) 보복 관세의 타깃이 되고 있고, 공화당 상원의원들조차 트럼프 관세를 되돌리는 결의안에 동참하고 있다. 금융시장과 실물경제의 간극, 인플레이션과 성장 간의 충돌, 그리고 연준의 시간차 대응. 이같은 복합 위기 속에서, 연준의 침묵이 언제 깨질지가 최대 관전 포인트다.
이동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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