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헌법재판소가 4일 윤석열 대통령 파면을 선고하는 순간 탄핵 찬성 측 시민들은 “국민이 이겼다”며 환호했다. 탄핵 반대 측 집회 현장에선 “믿을 수 없다”는 오열과 분노의 목소리로 가득 찼다. 시위 현장에서 당초 우려했던 폭력 사태 등은 벌어지지 않았다.
이날 서울 종로구 안국역 6번 출구 앞에 자리 잡은 탄핵 찬성 측은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이 “국가긴급권의 행사를 정당화할 수 없다” “비상계엄 선포의 절차적 요건을 위반했다” 등의 선고 요지를 낭독할 때 “맞아요” “이겼다”고 외치며 환호했다.
파면 결정 직후 안국역 일대에는 밴드 데이식스의 노래 ‘한 페이지가 될 수 있게’가 흘러나왔다. 시민들은 “주권자인 국민이 이겼다”고 소리쳤다. 서로 껴안고 춤을 추거나, 하이파이브를 하며 감격에 겨워 눈물을 흘리는 이들도 있었다. 시민단체 촛불행동은 이날 저녁 시청역 인근에서 ‘촛불콘서트’를 열고 축제 분위기를 연출했다. 참가자들은 응원봉과 ‘내란세력 완전청산’ 등이 적힌 손팻말을 들고 개사된 노래를 부르며 자축했다.
반면 서울 용산구 한남동 관저 인근에서 열린 탄핵 반대 집회는 침통한 분위기였다. 자유통일당이 주최한 집회에서 참가자들은 결과를 믿을 수 없다는 듯 “거짓말이다” “대체 왜!”라고 소리쳤다.

일부는 문 대행이 나오는 방송 화면을 향해 삿대질하며 욕설을 내뱉었다. 집회 현장 곳곳에서 “나라가 썩었다” “다 쏴 죽여야 한다” 등 과격한 발언이 이어지며 험악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한 참가자는 북을 내리치며 “사법부와 국회를 믿을 수 없다. 국민 저항에 나서야 한다”고 외쳤다.
탄핵 반대에 앞장섰던 단체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보수 개신교단체 세이브코리아는 헌재 결정에 승복하는 입장을 내고 5일 예정됐던 집회를 취소했다. 세이브코리아 주최 집회에서 탄핵 반대 스피커 역할을 해온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는 유튜브 실시간 방송에서 “헌재 선고 결과에 승복한다”며 “그것이 우리가 추구하는 자유민주주의이고 법치주의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반면 전광훈 목사가 주축인 대한민국바로세우기국민운동본부는 “대한민국을 다시 세우기 위한 싸움은 지금부터”라며 불복종 투쟁을 선언했다. 자유통일당과 전 목사 측은 주말에도 광화문광장에서 탄핵 무효 집회를 이어갈 예정이다.
경찰청은 이날 오후 6시부로 전국에 발령됐던 ‘갑호비상’을 해제하고 서울경찰만 ‘을호비상’으로 하향했다. 이날 안국역 부근에 세워진 경찰버스 유리창을 곤봉으로 깬 반대 측 참가자가 경찰에 체포된 것을 제외하면 큰 사건·사고는 벌어지지 않았다. 박근혜 전 대통령 파면 선고 당일 4명이 숨지는 등 67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것과 달리 집회로 인한 부상자도 없었다. 6호선 한강진역과 3호선 안국역도 오후 1시15분, 4시32분 폐쇄 및 무정차 통과 조치가 종료됐다.
신재희 jshin@kmib.co.kr
김용현 윤예솔 김승연 최원준 한웅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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