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서대문구에서 한식집을 운영하는 임내현(32)씨는 최근 배달의민족(배민) 애플리케이션(앱)을 열어본 뒤 깜짝 놀랐다. 앱으로 주문하는 고객을 끌어들이기 위해 대표 이미지를 설정해둔 게 사라지고 음식 사진만 덩그러니 남겨져 있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매장 전화번호마저 지워진 상태였다. 임씨 매장뿐 아니라 다른 가게 상황도 비슷했다. 임씨는 6일 “마치 배민식 푸드코트 같았다”며 “평소 전화 주문이 잦은 매장인데 오늘은 전화 주문이 한 통도 들어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지난 4일 배민 앱 개편으로 ‘가게배달’ 탭에서 식당 로고나 간판 사진이 음식 사진으로 대체되면서 자영업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특히 배달 앱 의존도가 높은 개인 음식점이나 카페 점주들은 플랫폼 측의 정책 변경 탓에 주문이 줄어들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서울 동대문구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박모(35)씨는 “안내도 없이 갑자기 주문 화면이 바뀌어서 놀랐다. 개인 카페는 브랜드를 자주 노출해야 하는데, 갑자기 커피가 담긴 컵 사진만 보이니까 다른 매장과 차별점이 사라졌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업주들은 이번 정책 변화로 배민 측에 내는 광고료도 인상되는 것 아니냐고 걱정했다. 현재 배민에서 상위에 노출되려면 ‘우리가게 클릭’이라는 부가 상품을 구입해야 한다. 이 상품은 소비자가 매장을 클릭하면 클릭 수만큼 업주에게 건당 50~600원 사이의 광고료가 부과되는 구조다. 새로 개업해 매장 노출을 원하는 업주들이 많이 사용하는 상품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앱 개편으로 매장 구분이 어려워진 소비자들이 원하는 매장을 검색하려고 클릭을 더 많이 하게 된다는 점이다. 자영업자들은 클릭 수에 연동된 광고비 부담이 늘어날 것이라고 봤다. 한 가게 사장은 “우리가게 클릭 자체도 곧 1000원까지 오른다고 해서 걱정이었는데, 소비자들의 클릭을 유도하려고 꼼수를 쓴 것 같다”고 말했다.
자영업자들이 모인 온라인 카페나 커뮤니티에도 비슷한 불만이 쏟아졌다. 업주 A씨는 가게 전화번호가 보이지 않는 점에 대해 “전화로 주문하면 배민이 수수료를 못 떼니까 막으려는 것 아니냐”며 “고객들도 불편할 텐데 손님 끊길까 걱정된다”고 지적했다. B씨는 “이제 진짜 배민이랑 헤어질 준비를 하자”며 “배달 앱 횡포로 점주들도 손해를 보지만 애꿎은 손님들도 피해를 보는 것 같다. 예고도 없이 앱을 맘대로 개편해버리는 게 속상하다”고 썼다.
이에 대해 배민 관계자는 “업주들이 볼 수 있는 공지사항에 사전 안내를 한 사항”이라며 “현재 앱에서 같은 가게라도 로고나 음식 등 여러 가지로 표시되고 있어 소비자들의 혼란을 덜기 위해 일원화하는 과정”이라고 해명했다. 또 “매장 전화번호는 오는 11일부터 앱에서 다시 노출될 예정”이라며 “현재 배민과 배민1을 통합하는 과정에서 매장 로고 대신 음식 사진으로 앱이 개편되고 있는데, 업주들에게 더 자세히 설명하겠다”고 말했다.
윤예솔 기자 pinetree23@kmib.co.kr
GoodNews paper Ϻ(www.kmib.co.kr), , , AI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