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공군 전투기가 한·미 연합훈련 도중 폭탄 8발을 민가에 투하해 15명이 다치는 초유의 사고가 발생했다. 군은 전투기 조종사의 좌표 입력 실수 탓에 벌어진 일로 판단하고 구체적인 사고 경위를 조사 중이다. 또 정확한 원인 파악이 이뤄질 때까지 지상과 공중 등에서 이뤄지는 모든 실사격 훈련을 중지하기로 했다.
공군은 6일 “오전 10시5분쯤 KF-16에서 MK-82 일반 폭탄 8발이 비정상 투하돼 사격장 외부 지역에 낙탄했다”고 밝혔다. 이날 경기도 포천 승진과학화훈련장에서는 우리 육군과 공군, 주한미군이 진행하는 한·미 연합·합동 통합화력 실사격 훈련이 열렸다. 공군은 F-35A, F-15K, KF-16, FA-50 등 13대의 4·5세대 전투임무기를 훈련에 투입했다.
오폭 사고는 KF-16 2대가 편대 비행하며 MK-82를 4발씩 낙하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표적인 사격장에서 약 8㎞ 벗어난 민가로 떨어진 것이다. 훈련 중인 공군 전투기의 오폭으로 민간인 인명 피해가 발생한 건 전례가 없는 일이다.
군 당국은 오폭 이유를 앞서가던 1번기 조종사의 ‘좌표 입력 실수’라고 보고 있다. 공군 관계자는 “조종사가 비행 준비 과정에서 잘못된 좌표를 입력한 것으로 조종사 진술을 통해 확인했다”면서 “(정확한 원인이) 확정된 건 아니며 기체 결함이나 이차적인 다른 원인이 있는지 현장 조사를 계속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폭탄이 민가에 떨어지면서 민간인과 군인 등 15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소방 당국은 중상 2명, 경상 13명으로 분류했다. 또 주택 5채와 성당 1동, 창고 1동, 비닐하우스 1동, 1t 화물차 1대 등이 파손됐다.
MK-82는 전투기에서 가장 흔히 쓰이는 재래식 폭탄이다. 건물과 교량 파괴 등에 주로 사용된다. 직경 8m, 깊이 2.4m의 폭파구를 만들며 파편 등의 피해 범위는 축구장 1개 크기에 달한다. 조종사가 좌표를 설정해 투하하면 고도, 관성, 속도 등을 고려해 목표에 도달하는 무유도 방식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멍텅구리 폭탄’이라고도 불린다. 자칫 초대형 사고가 발생할 수 있었던 셈이다.
군이 사고 발생 100여분이 지나도록 별다른 공지를 하지 않아 ‘늑장 대응’ 지적도 일었다. 다만 군은 정확한 사고 경위를 파악하기 위해 설명이 늦어진 것이라고 해명했다. 공군은 사고 직후 박기완 참모차장을 위원장으로 사고대책위원회를 구성해 정확한 경위와 피해 상황 등을 조사하고, 피해배상 등에 나설 계획이다.
박준상 기자 junwit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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