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상운임이 7주 연속 하락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부과 정책 여파로 물동량이 줄어들 가능성이 커져서다. 해운업계는 사업 다각화 등 대응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3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세계 해상운송항로의 운임 수준을 나타내는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지난달 28일 기준 1515.29를 기록했다. 지난 1월 3일(2505.17) 이후 한 주도 상승하지 못한 채 1000포인트 가까이 고꾸라졌다. 2023년 12월 22일(1254.99) 이후 14개월여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SCFI는 세계 15개 노선의 운임을 종합해 계산한 지수로 수치가 높을수록 운임이 높다는 의미다.
트럼프발 관세 폭탄이 해상운임의 낙폭을 키웠다. 트럼프는 최근 철강과 알루미늄 제품에 25%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자동차·반도체·의약품에도 관세를 매기겠다고 예고했다. 업계에선 관세 부과가 시행되면 전 세계 교역량이 위축될 것으로 본다. 한국해양진흥공사는 관세 인상으로 교역량이 줄면 2026년 해운 수요가 약 10% 하락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실제로 과거 트럼프 1기 행정부가 중국에 관세를 매기자 물동량 증가율이 꺾였었다. 한국수출입은행에 따르면 2017년 전 세계 컨테이너 물동량 증가율은 전년 대비 5.7%였다. 그러나 미국이 중국에 관세를 부과한 이후 2018년 4.4%, 2019년 2.2%로 증가폭이 둔화했다.
팬데믹 때 대거 발주한 선박이 올해 집중적으로 인도되는 점도 컨테이너선 시장 상황을 악화하는 요인이다. 신규 선박이 항로에 투입되면 공급 증가로 인해 운임 하락을 부추길 수 있다. 업계는 올해 선대 증가율을 5~6%로 예상한다. 해상운임 상승의 원인이었던 홍해 사태가 마무리되면 운임 하락 압력은 더 커질 수 있다. 2023년 말 예멘 후티 반군이 홍해를 지나는 선박에 대한 공격을 시작한 이후 글로벌 해운사들이 우회 운행하면서 해상운임이 대폭 상승했었다.
국내 해운사들은 수익성 악화를 극복하기 위해 대응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국내 최대 컨테이너선사인 HMM은 철광석·유연탄 등 원자재를 운송하는 벌크선이나 액화석유가스(LPG)선 등으로 사업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이를 위해 SK해운 인수를 진행 중이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트럼프의 관세 정책 등으로 글로벌 물동량에 변화가 예상된다.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지만 동남아·인도·유럽·중동 시장에서 새로운 기회를 모색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허경구 기자 nin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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