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세 등 세제 개편 문제를 두고 여야가 서로 공개토론 제안과 역제안을 주고받는 신경전을 벌였다. 상황에 따라 ‘상속세 토론 빅매치’가 성사될 가능성도 열려 있다. 다만 ‘최고세율 인하’ 등 쟁점에 대한 견해차가 크고, 토론 방식을 놓고도 힘겨루기를 하는 양상이라 현실화까지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다.
포문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열었다. 이 대표는 지난 23일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에게 상속세 개편 공개토론을 제안한 임광현 민주당 의원의 글을 공유하며 “(국민의힘은) 아직도 초부자 감세에 미련 있나. 뒤에서 거짓말하지 말고 정말 떳떳하고 당당하다면 공개토론을 하자”고 말했다. 이 대표는 24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도 상속세 공제한도를 18억원까지 상향하는 방안을 언급하며 “국민 삶을 놓고 하는 정책토론을 하는데 왜 욕을 하느냐”며 “합리적으로 정책토론하기를 기대한다”고 재차 여당을 겨눴다.
국민의힘은 즉각 민주당의 토론 제안을 수용하겠다고 응수했다. 김대식 원내수석대변인은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 대표가 권 원내대표와 계속 토론을 요구하고 있다”며 “일대일로 무제한 토론하는 것에 동의하고 찬성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 대표가) ‘극우내란당’처럼 (국민의힘을 향한) 막말과 모욕적이고 적대시하는 언어를 빼고 한다면 우리는 기꺼이 응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형식과 주제 제한 없이 정치·경제·사회·문화 모든 현안에 대해 ‘끝장토론’을 하자는 제안이었다.
이후 양당은 토론 형식을 두고 맞섰다. 국민의힘 수용 입장을 전해 들은 이 대표는 다시 당대표와 원내대표, 정책위의장이 모두 참여하는 3대 3 토론을 역제안했다. 이 대표는 권 원내대표의 토론 참여에 대해 “우리도 원내대표가 나가야 하는 것 아닌가. (당대표인) 내가 나가면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이 뭐가 되겠나”며 “최대한 빨리 토론하자”고 말했다.
그러자 권 원내대표는 “저에게 공개토론을 제안해 이를 수락했더니 갑자기 말을 바꿔 ‘급이 맞지 않는다’며 3대 3 토론을 제안하며 또 도망을 가고 있다”며 “정말 어처구니가 없다”고 날을 세웠다. 이어 “3대 3으로 만나자는 건 토론이 아니라 협상을 하자는 것”이라며 “이 대표의 제안을 흔쾌히 수락했으니 주제를 가리지 말고 일대일로 무제한 토론을 하자”고 거듭 압박했다.
정치권에서는 양당 토론이 성사된다 해도 뚜렷한 합의점을 도출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이 대표의 토론 제안은 상속세 개편 방안을 놓고 민주당과 여당의 주장 중 어떤 방안이 더 합리적인지 국민에게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을 드리자는 것”이라며 “국민의힘이 자꾸 조건을 달면 토론이 진행되기 어렵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국민의힘 원내지도부 핵심 관계자는 “자꾸 조건을 다는 쪽은 오히려 민주당”이라며 “토론을 할 생각이 있다면 진정성을 보이기 바란다”고 말했다.
최승욱 정현수 기자 apples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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