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공지능(AI) 패권 경쟁에서 미국과 중국이 앞서 나가고 한국·유럽연합(EU)·일본 등이 뒤따르는 가운데 AI 생태계 종속을 막기 위해선 차세대 AI 개발을 서둘러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전문가들은 한국이 수조원 규모 투자를 빠르게 집중하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만큼, 개발에 필요한 컴퓨팅 능력·인재·데이터 확보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하정우 네이버클라우드 AI이노베이션 센터장은 18일 서울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바람직한 인공지능 정책 대응 토론회’에서 AI 발전의 방식이 ‘지식’에서 ‘추론’으로 넘어갔다고 밝혔다. 2세대 추론형 모델을 활용한 오픈AI의 딥리서치 서비스는 보고서나 제안서 작성에 걸리는 시간을 며칠에서 수 분으로 단축하며 이미 업무 방식과 일자리에 충격을 주고 있다.
지난해 미국 오픈AI의 o1이 추론형 AI의 문을 연 뒤, 중국이 오픈소스 모델인 딥시크 R1을 공개하며 미·중 양강 대결 구도가 만들어졌다. 여기에 추가로 추론형 AI를 개발할 수 있는 국가는 한국을 포함해 몇 개 국가에 한정될 것으로 보인다. 2세대 모델 개발을 위해서는 강력한 거대언어모델(LLM)과 AI 인프라가 뒷받침돼야 하기 때문이다. 하 센터장은 자체 추론형 AI 모델을 준비해야만 독일·프랑스·일본 등 국가와의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을 것이라며 투자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딥시크가 오픈소스로 공개한 기술적 노하우를 활용하면 수조원에서 십수조원 규모만 투자하더라도 ‘씽킹(추론 기반) AI’ 개발이 가능하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현재 한국은 LG, 네이버 등이 자체 LLM 모델을 개발하는 데에는 성공했지만, 그래픽처리장치(GPU)를 비롯한 AI 컴퓨팅 능력과 인재 확보는 부족한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최근 발표한 ‘2027년까지 GPU 3만장 확보’ 계획보다 더 과감한 투자를 주문했다. 올해 국내 AI 분야 인재가 1만5000여명 부족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는 가운데, 연구자의 국내 복귀를 돕기 위한 유인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학습에 필요한 데이터 확보에 관심을 당부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구태언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부의장은 국내 의료 스타트업이 매년 수십억원의 추가 비용을 들여 해외 데이터로 연구를 진행하는 현실을 지적하며, 규제 샌드박스(특정 분야 규제 면제·유예)를 통해 합법적인 데이터 활용의 길을 열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 센터장은 “동남아·중동·남미 국가의 데이터 디지털화를 돕고 확보한 데이터를 한국이 활용하는 AI 동맹이 필요하다”며 “이를 통해 AI 3대 강국 목표에 다가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준식 기자 semipr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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