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지지자들이 이른 아침부터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 집 앞으로 몰려가 사퇴를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문 대행과 같은 아파트에 사는 주민들과 인근 상인들은 불편함을 호소했다. 재판관 개인의 집 앞에서 시위를 벌이는 건 재판의 독립성을 위협한다는 점에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부정선거부패방지대’ 30여명은 17일 오전 7시부터 문 대행이 사는 서울 종로구 평동의 한 아파트 단지 정문 앞에 모였다. 시위대는 문 대행의 차량 모델과 차량번호가 적힌 손팻말을 들고 아파트 입구에 서 있었다.
일부는 ‘헌법재판관이 음란물 시청 웬 말이냐’ ‘문형배 불법 내란 주동, 구속 수사하라!’ 등의 문구를 쓴 팻말을 몸에 걸고 있었다. 경찰은 안전 펜스를 설치하는 등 사고 방지에 나섰다. 한 여성 참가자가 “문형배는 당장 자리에서 내려와라. 정신 차려라”고 외치자 다른 남성 참가자도 “문형배는 판사 자격이 없다”고 소리쳤다. 현장을 실시간 중계하던 유튜버 A씨는 시위대를 촬영하며 “잘한다. 더 크게 외쳐야 들린다”며 이들을 부추겼다.
시위대는 문 대행의 고교 동창 카페 음란물 유포 논란을 거론하며 욕설과 비난을 퍼부었다. 스피커가 달린 차량에 타고 있던 한 남성은 마이크를 통해 “XX 비디오를 본 판사. 입을 찢자. XXXX야” 등 욕설을 쏟아냈다. 이날 시위대는 오전 8시45분쯤 해산했다가 오후 6시쯤 다시 시위를 벌였다. 오후 시위 참가자는 경찰 비공식 추산 100명이었다.
주민들은 눈살을 찌푸렸다. 이 아파트에 사는 이모(51)씨는 “평소 조용하던 동네에서 아침부터 온갖 욕설이 들려 너무 놀랐다”며 “연일 차량 통제까지 이뤄져서 불편함이 크다”고 말했다.
아파트 관리사무소에는 민원이 빗발쳤다. “대체 지금 무슨 일이냐”고 묻거나 “시위대를 멈추게 해줄 수 없느냐”는 전화가 대부분이었다. 관리사무소 직원 김모(49)씨는 “주민들이 직접 방문하거나 온라인 게시판에 민원 글을 남긴 경우를 다 합치면 50건 정도 된다”고 말했다. 일부 시위대는 안전 펜스로 구분해놓은 사유지에도 침입하려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아파트 단지 내 편의점을 운영하는 김모씨는 “앞으로도 계속 시위를 이어갈 것이라는데, 동네 분위기가 안 좋아지면 장사에도 영향이 있을 것”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서준범 법률사무소 번화 대표 변호사는 “다른 사람의 권리를 침해하는 과격한 욕설은 규제 대상”이라며 “판사 개인을 공격하는 것은 법치주의 근간을 흔드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윤예솔 기자 pinetree23@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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