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비명(비이재명)계를 중심으로 이재명 대표에 대한 비판 수위가 고조되는 상황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이 이 대표를 만나 ‘통합’을 주문했다. 문 전 대통령은 자신의 대선 승리 경험을 거론하면서 김경수 전 경남지사와 김부겸 전 총리의 이름도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표도 문 전 대통령의 통합 당부에 적극 호응했다고 한다.
이 대표는 30일 오후 신년 인사차 경남 양산 평산마을 사저를 방문해 문 전 대통령과 약 1시간30분간 차담을 나눴다. 복수의 배석자들에 따르면 문 전 대통령은 “지난 대선에서 0.7% 포인트 차이로 졌다”며 “이번에는 이 대표에게 비판적인 분들도 잘 포용해서 가야 한다”고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이 대표는 “저도 그렇게 생각한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 전 대통령은 특히 “이 대표의 포용 뜻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 같다”며 “중도 확장 노력을 해야하는데 당의 주요 인사들이 잘 못하는 것 같다”는 발언도 했다고 한다. 이 대표 주변의 강성 친명(친이재명) 인사들을 겨냥한 발언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다만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전직 대통령으로서 원칙적이고 규범이 돼야 할 말씀으로 (통합 언급을)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 전 대통령은 또 “지난 대선 당시 영남 지역에서 김 전 지사와 김 전 총리가 많은 역할을 했다”면서 “(지역 정책과 관련해) 현장을 잘 아는 사람들의 얘기를 듣고 반영하면 좋겠다”는 의견도 전했다고 한다.
조 수석대변인은 “민주당 내부뿐 아니라 다른 정당을 지지하는 국민을 상대로도 적극적으로 통합하고 포용하려는 행보를 보여주면 좋겠다는 말씀이 있었다”고 전했다. 조 수석대변인에 따르면 문 전 대통령이 “지금처럼 극단적인 정치 환경이 조성된 상황에서는 통합·포용 행보가 민주당의 앞길을 여는 데 매우 중요할 것”이라고 당부하자, 이 대표는 “크게 공감한다. 그런 행보를 하겠다”고 화답했다. 문 전 대통령은 “1기 트럼프 행정부 당시 북·미 대화를 주선한 인사 등을 국가 차원에서 잘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도 했다고 한다.
두 사람은 또 비상계엄 사태 이후의 정국에 대한 대화도 나눴다. 조 수석대변인은 “문 전 대통령은 ‘국민이 위대했고 대단했다. 민주당 의원들도 역할을 잘 했다’고 평가했다”고 전했다. 민주당이 공개한 영상에서 이 대표는 “이런 대혼란도 다 국민 힘으로 극복해나가고 있다. 정말 위대한 국민”이라고 말했다.
이동환 기자 hua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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