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 간부 모시는 날

Է:2025-01-20 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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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승주 논설위원


한때 꿈의 직업이던 공무원은 MZ 세대에게 그리 매력적이지 않다. 임용 5년 내 조기 퇴직한 MZ 공무원은 2023년 1만3000여명으로 2019년 6600여명의 2배가 넘는다. 세전 220만원 정도인 9급 초임 월급, 극성 민원인 응대, 취약한 공무수행 환경. 여기에 직장 내 갑질과 세대 갈등이 이들이 떠나는 이유다. 그중 하나가 공직사회의 뿌리깊은 관행이자 악습인 ‘간부 모시는 날’이다.

모시는 날은 하급 공무원들이 팀별로 순번을 정해 과장·국장·실장 등에게 밥을 대접하는 날이다. 상급자가 식사 메뉴를 정하면 주로 점심시간에 같이 식사를 한 후 비용은 말단 공무원들이 부담한다. 그 자리에서 갹출하거나 미리 모아둔 팀 회비로 충당한다. 매달 5만~10만원이 든다. 월 200만원 받는 후배가 500만원 받는 선배의 밥을 사는 셈인데 하급 공무원 입장에선 큰 부담이다. 식사 내내 간부의 ‘라떼’ 회상을 들어야 하는 건 덤이다.

간부 모시는 날은 공직사회에서 수십년 넘은 관행이다. 중앙부처보다는 공무원 생활 내내 같은 근무처에서 얼굴 볼 일이 많은 기초 지방자치단체일수록 만연하다. 지난해 11월 정부 차원에서 처음 실시된 실태 조사에서 공무원 5명 중 1명꼴로 최근 1년 내 간부 모시는 날을 경험했다고 했다. 경험자의 41.5%가 이런 자리가 주 1, 2회 있다고 답했다.

할 말 하는 MZ 세대가 이를 쉽게 뿌리치지 못하는 것은 간부들이 인사권과 승진 결정권을 갖고 있어서이다. 21세기에 아직도 이런 일이 있을까 싶지만 정작 공무원 조직에서는 쉽게 바뀌지 않는 악습이었는데, 정부가 이번에 철퇴를 들었다. 신입 공무원이 해마다 줄줄이 짐을 싸는 마당에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행정안전부와 인사혁신처는 19일 간부 모시는 날을 위법행위로 규정하고, 걸리면 처벌하기로 했다. 오는 5~7월 집중 신고 기간을 운영하고, 해당 공직자에게 청탁금지법과 공무원 행동 강령 위반을 적용한다. 세상은 변했고, 시대착오적인 악습도 사라질 때가 됐다.

한승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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