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장관 지명자가 북한을 ‘핵보유국(nuclear power)’으로 지칭한 것을 두고 미국이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정책에서 멀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비핵화 대신 핵 군축·동결을 목표로 북한과 협상하는 ‘스몰딜’ 전략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미국에서는 헤그세스 지명자가 아직 상황을 잘 파악하지 못한 데서 나온 발언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외교부는 15일 헤그세스 지명자 발언이 전해진 뒤 “북한 비핵화는 한·미를 비롯한 국제사회가 일관되게 견지해온 원칙”이라며 “핵확산금지조약(NPT)상 북한은 절대로 핵보유국 지위를 가질 수 없다”고 밝혔다. 또 “미 백악관도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하지 않는 기존 입장에 변화가 없음을 확인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강조했다. 외교부는 “북한은 NPT 관련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등을 위반해 불법으로 핵을 개발하고 있는바 우리 정부는 북한 비핵화를 위해 국제사회와 계속 긴밀히 공조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부 관계자는 “1990년대부터 한·미가 한목소리로 요구해 오던 완전한 비핵화 원칙에 반하는 것”이라고 헤그세스 지명자 발언을 비판했다.
그동안 미국 조야에서는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완전한 비핵화 원칙을 포기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돼 왔다. 트럼프 당선인의 대선 후보 확정을 위해 지난해 열린 전당대회에서 공화당은 ‘북한 비핵화’ 언급이 없는 정강·정책을 추인했다. 공화당 일각에선 이미 북한 비핵화가 비현실적인 목표라는 회의론도 등장했다. 이런 상황에서 성과 과시를 원하는 트럼프 당선인이 한국을 ‘패싱’하고 북한과 핵 군축 담판을 서두르려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북핵 제거인 ‘빅딜’이 아니라 단순히 미국 본토를 향한 핵 위협만 관리하는 식으로 협상 노선을 수정할 수 있다는 의미다.
앞서 국가정보원도 지난 13일 국회 정보위원회에 트럼프 당선인이 북·미 정상회담을 추진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하면서 “단기간 내에 완전한 북한의 비핵화가 발생하기 어렵다고 판단할 경우 핵 동결과 군축 같은 스몰딜 형태로 가능하다”고 전망했다.
정부 관계자는 “북한이 핵을 얼마나 갖고 있든 한국에 미치는 위협은 똑같은데, 우리와 함께 북한을 압박하던 미국의 태도가 바뀐다면 외교·안보 정책이 뿌리부터 흔들리게 된다”며 “(스몰딜은) 우리로선 최악인 시나리오”라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선 폭스뉴스 진행자 출신인 헤그세스 지명자가 대북 정책 관련 경험이 부족해 나온 표현이어서 과도한 의미를 부여할 필요가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벤자민 엥글 단국대 초빙교수는 미국의 북한전문매체 NK뉴스에 “피상적인 지식만 가진 헤그세스의 경험 부족을 보여주는 것일 수 있다”며 “(대북) 접근 방식이 변화한 것을 확인하려면 트럼프 행정부가 해당 용어를 반복해서 사용하는지를 봐야 한다”고 말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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