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이 발부된 31일 오전부터 시민들은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앞으로 모여들었다. 이들은 대통령을 옹호하는 측과 조속한 체포영장 집행을 촉구하는 이들로 나뉘어 극렬하게 대치했다.
오전 10시쯤 관저 앞에는 경찰 기동대 버스 등이 배치됐다. 시위대 양측은 용산구 한남대로 36길을 기준으로 갈라졌다.
대통령 측을 옹호하는 이들은 한남대로 36길 위쪽 길가에 자리잡았다. 3000여명의 대통령 지지자들은 ‘계엄합법’ ‘탄핵무효’ 등의 손팻말과 성조기, 태극기를 들고 신자유연대 등 보수단체 주최 집회에 참여했다. 지지자들은 “대통령을 지키자” “비상계엄은 국민 감시권 회복” 등의 구호를 외쳤다. 경기 용인 거주자 배모(51)씨는 “부정선거를 밝혀내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한 영웅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은 불법”이라고 주장했다.
반대편엔 체포 집행을 촉구하는 시민들과 유튜버들이 위치했다. 이들은 윤 대통령 지지자들을 향해 “쪽팔리게 살지 마라” “윤석열 영장 발부 축하해” 등을 외쳤다. 이미영(52)씨는 “체포영장이 발부되니 10년 묵은 체증이 내려간 기분”이라며 “여기가 끝이 아니다. 내란범, 동조범들이 다 잡혀가서 수갑 차는 모습을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9시30분쯤 체포영장 발부 소식이 알려진 후 관저 주변 집회 인원은 빠르게 불어났다. 곳곳에서 참가자들 간 충돌이 격화됐다. 경찰이 바리케이드로 집회 구역을 구분하기 전 참가자들이 한데 뒤엉켜 물리적 충돌이 발생하기도 했다. 바리케이드가 쳐지자 윤 대통령 지지자들은 도로에 드러눕거나 관저 주변으로 진입하는 일반 차량을 온몸으로 막아서며 한남대로 일대에 교통체증을 유발하기도 했다.
한강진역 2번 출구에서는 한 60대 남성이 태극기를 들고 “윤석열 체포”를 외치자 5명의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태극기를 뺏으려 몸싸움을 벌이고 욕설을 퍼붓기도 했다. 용산경찰서 측은 혼란이 가중되자 “현장 통행이 어려워지니 경찰 협조에 응해 달라”고 요청했다. 경찰은 관저 인근에 300여명의 경력을 배치하며 우발 상황에 대비했다.
관저 입구 근처에선 대통령 체포를 촉구하는 각계의 기자회견이 진행됐다. 정혜경 진보당 의원은 “온 국민에게 총구를 겨눈 대통령이 법적 책임을 지겠다면서 관저에 숨어 체포영장에도 불응하는데, 이는 헌법을 수호해야 할 대통령이 해야 할 일이 아니다”며 조속한 영장 집행을 촉구했다. 검사를 검사하는 변호사모임의 이희성 변호사도 “환율이 급등하는 등 국내 경제가 망가지고 있다”며 “더 늦기 전에 체포영장을 시급히 집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오전 서울서부지법은 전날 공조수사본부가 청구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윤 대통령에겐 내란 우두머리 및 직권남용 혐의가 적용됐다. 현직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발부는 헌정사상 처음이다.
한웅희 기자 ha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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