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는 31일 무안 제주항공 참사 피해를 키운 원인으로 지적된 로컬라이저(착륙 유도 안테나)의 콘크리트 둔덕에 대해 “활주로 종단안전구역 밖에 있어 관련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반복했다.
활주로 종단안전구역은 항공기가 이착륙 시 활주로를 넘어갈 경우 사고 피해를 줄이기 위해 활주로 끝(종단)부터 일정 거리로 설정하는 안전구역을 의미한다. 무안공항의 종단안전구역은 199m로, 사고기와 충돌한 로컬라이저는 약 264m 지점에 위치해 안전 규정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나 국토부 고시에는 로컬라이저가 설치된 지점까지 종단안전구역을 적용하는 대목이 있어 ‘규정 준수’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김홍락 국토부 공항정책관은 이날 사고 브리핑에서 “왜 지지대를 설치하느냐면 비바람에 흔들리면 안 돼서 고정하기 위해서 하는 것”이라며 “(무안공항 로컬라이저는) 활주로 종단안전구역 밖에 있으니까 재료에 제한을 받지 않는다고 판단해 콘크리트 지지대를 받친 것”이라고 말했다.
국토부 예규인 항공장애물 관리 세부지침 제23조 3항은 ‘공항 부지에 있고 장애물로 간주되는 모든 장비나 설치물은 부러지기 쉬운 받침대에 장착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국토부는 “이 조항은 활주로 종단안전구역 내 위치하는 경우에만 적용되는 것”이라며 “무안공항은 로컬라이저가 종단안전구역 밖에 있어 ‘부러지기 쉬운 받침대’의 적용 대상이 아니다”고 했다.
그러나 이런 해석은 국토부 고시와 충돌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토부 고시인 공항·비행장시설 및 이착륙장 설치기준 제21조 4항은 ‘정밀접근활주로의 경우에는 로컬라이저가 설치되는 지점까지 활주로 종단안전구역을 연장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무안공항이 지난 5월 홈페이지 게시한 공항운영규정에 따르면 두 개 활주로(01·19) 모두 정밀접근활주로(CAT-1)에 해당한다.
김인규 한국항공대 비행교육원장은 “국토부 고시에 따르면 무안공항은 로컬라이저가 설치된 지점까지 종단안전구역을 연장해야 하고, 로컬라이저도 부러지기 쉬운 받침대 위에 설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국토부는 “최초 설계 때도 둔덕 형태의 콘크리트 지지대가 들어가 있었다”며 “로컬라이저가 종단안전구역에 포함되는지 여부에 대해 규정을 다시 확인하고 있다”고 했다. 콘크리트 둔덕이 인명 피해를 더 키웠는지에 대해서도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사조위)에서 여러 가능성을 열어두고 조사하고 있다”고 했다.
한편 국토부는 무안공항 활주로 폐쇄 기간을 오는 7일 오전 6시까지로 연장한다. 현장 수습·사고 조사와 파손된 로컬라이저 재설치 등을 감안하면 재개장까지 수개월이 소요될 전망이다.
국토부와 사조위는 블랙박스 분석과 더불어 사고기 엔진 고장 내역 등에 대한 조사에도 착수했다. 유경수 국토부 항공안전정책관은 “엔진 두 개가 모두 고장 나면 유압 계통에 이상이 생겨 랜딩기어(착륙장치) 작동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조종석에서 수동 레버가 작동했는지 등은 블랙박스 분석을 통해 정확히 결론 내려야 할 사항”이라고 말했다.
세종=양민철 김혜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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