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안 제주항공 참사의 원인 중 하나로 조류 충돌(버드 스트라이크)이 꼽히는 가운데 현재 건설이 추진 중인 신공항 중 상당수가 무안국제공항 이상으로 조류 충돌에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31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현재 가덕도신공항 새만금신공항 흑산공항 등 8개 지방 신공항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이 중 환경부 환경영향평가정보시스템을 통해 ‘연간 피해를 주는 조류 충돌 횟수(TPDS)’ 예상 수치가 제공되는 사업은 4개다. TPDS란 비행기와 조류 간 충돌로 발생하는 기체 손실 가능성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다.
국민일보 취재 결과 4개 공항은 모두 기존 공항을 한참 뛰어넘는 예상 충돌 횟수를 기록했다. 흑산공항 건설공사 환경영향평가서에 따르면 2008~2021년 기준 전국 공항 중 가장 높은 TPDS를 기록한 공항은 김포국제공항(2.9회)이며 인천국제공항(2.8회)이 뒤를 이었다. 지난 29일 참사가 발생한 무안공항의 TPDS는 0.06회에 불과했다.
반면 4개 신공항 중 가장 수치가 높은 새만금신공항의 TPDS 예상치는 최소 10.5회, 최대 45.9회에 달했다. 가덕도신공항은 전략환경영향평가 결과 대안 1·2에서는 4.8~14.7회, 대안 3에서는 6.7~21.2회의 TPDS를 각각 기록한 것으로 분석됐다. 제주제2공항(4.6~14.3회)과 흑산공항(3.1~10.0회)도 기존 공항들의 TPDS 수치를 넘어서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이는 대다수 신공항이 인근에 철새 도래지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가덕도신공항 부지는 대표적인 철새 도래지인 낙동강 하구에서 약 7㎞ 떨어져 있다. 조류 충돌 피해를 예측할 때는 통상 반경 13㎞ 이내 지역을 대상으로 삼는다. 새만금신공항의 경우 인근 유부도와 갯벌 일대가 도요·물떼새류의 중간 기착지로 꼽힌다. 흑산공항이 들어서는 흑산도는 주변에 서식하는 갈매기류의 월동 장소다.
정부는 이번 참사를 계기로 뒤늦게 이들 신공항 사업의 조류 충돌 위험에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지난 30일 브리핑에서 “신공항 사업에 대해 조류 충돌 문제를 꼼꼼히 살펴보고 보완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지리적 여건이나 소음 문제를 고려하면 조류에서 완전히 자유로운 공항 부지를 찾기는 거의 불가능하다고 봤다. 대신 대체서식지 조성, 대응 전담팀 운영 등 향후 저감·퇴치에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휘영 인하공전 항공경영학과 교수는 “조류를 몰아내거나 인위적으로 퇴치하는 등 작업을 더 구체적으로 마련해 시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이의재 기자 sentine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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