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발 공급 과잉 현상이 한국의 수출 지도를 바꾸고 있다. 반도체 비중이 높은 수도권은 올해 수출이 두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한 반면 석유화학·석유제품·철강 비중이 큰 호남과 대구·경북권은 수출이 감소했다. 석유화학·철강 산업은 저가 물량 공세를 앞세운 중국의 거센 압박을 받고 있다.
23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지역경제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11월 전국 통관 수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8.3% 늘었다. 전반적인 증가세에도 불구하고 지역별 편차는 한층 뚜렷해졌다. 반도체 수출 비중이 높은 수도권(16.4%)과 충청권(10.4%)은 두 자릿수 수출 증가율을 보였다. 이에 따라 올해 4분기 수도권 수출 비중은 43.6%까지 확대됐다. 직전 고점인 2018년 2분기(42.0%)를 웃도는 역대 최고 수치다.
반면 석유화학·석유제품·철강 비중이 큰 호남권의 경우 수출이 4.6% 감소했다. 대구·경북권 역시 이차전지 소재, 철강 수출 감소로 5.9% 줄어 5개 권역 중 가장 부진한 성적표를 받았다. 호남권 및 대구·경북권의 주력 수출 산업인 이들은 중국이 낮은 가격과 막대한 물량을 무기로 적극 공세를 퍼붓는 종목들이다.
대규모 나프타분해설비(NCC) 설비에 값싼 원료를 투입해 성장해온 국내 석유화학 업계의 수출 전략은 중국·중동 등 후발주자들의 설비 증설로 이미 한계를 드러낸 상태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국내 9개 NCC 기업은 3분기까지 8494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이에 한은 보고서에서 지역 수출 기업들은 미국의 관세 정책보다 중국의 과잉생산·저가 수출에 따른 경쟁 심화를 내년 수출의 더 큰 위협요인으로 평가했다. 특히 호남권 기업들이 중국과의 경쟁 심화를 가장 많이 우려했다.
정부는 어려움을 겪는 국내 석유화학 산업에 대한 재편 방안을 마련했다. 우선 유동성 위기를 겪는 석유화학 기업에 융자 2조원, 보증 1조원 등 3조원 규모의 정책금융을 공급한다. 설비투자·연구개발(R&D)·운영자금 등에 대해서는 현행 금리보다 1.0% 포인트 이상 낮은 저리 대출을 지원한다.
석유화학 업계의 사업 재편도 적극적으로 지원한다. 핵심은 ‘기업활력 제고를 위한 특별법’ 보완이다. 정부는 합작법인을 설립하거나 매각해 사업 재편을 추진하는 기업에 기활법에 따른 지주회사 규제 유예기간을 3년에서 5년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내년 상반기 중으로 석유화학 산업단지가 밀집한 지역을 ‘선제대응지역’으로 지정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지역을 지탱하던 주력 산업이 흔들리면서 어려움을 겪는 지역에 선제대응지역 지정 문턱을 낮춰 지원을 확대하겠다는 취지다. 주된 지정 후보군으로는 울산, 여수, 대산 등이 거론된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에서 이 같은 대책을 발표하면서 “석유화학 산업은 사업재편이 신속히 이뤄지지 않으면 업계가 공멸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세종=이의재 기자, 황인호 기자 sentine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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