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침체·트럼프, 이젠 고환율까지… 수출업체들, 발만 동동

Է:2024-12-09 02:00
ϱ
ũ

1400원대 고착화… ‘복합위기’ 직면
원유 전량 수입 의존 정유업계 직격탄
생존 위기 화학업계도 지원 절실
뒷받침 해야할 정부는 사실상 마비


비상계엄 사태와 탄핵 정국으로 원·달러 환율이 요동치며 국내 수출 기업에도 비상이 걸렸다. 원자재 가격 상승 부담이 커진 데다 해외 생산기지 구축 비용이 급증하면 수익성 악화로 직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경기 침체,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등 복합 위기에 직면한 산업계는 사업 계획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8일 서울외국환중개에 따르면 지난 3일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이후 1440원을 돌파했던 원·달러 환율은 잠시 숨 고르기에 들어간 뒤 탄핵 정국 전개 영향으로 전날 다시 1420원을 넘어섰다. 이달 들어 1400원대로 굳어지는 모습이다.

원자재 수입 비중이 높은 업종은 고환율의 직격탄을 맞았다. 정유 업계는 연간 10억 배럴 이상의 원유 전량을 해외에서 달러화로 사들인다. 수출보다 수입 규모가 훨씬 큰 탓에 환율 변동 폭이 확대되면 환차손이 불가피하다. 철강 업계도 철강재 생산에 필요한 철광석과 제철용 연료탄 등의 원재료를 수입하고 있어 환율 급등이 부담스럽다. 글로벌 경기 침체가 길어지면서 원자재 가격 상승분을 제품 가격에 제대로 반영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환율 상승이 단기적으로 유리하다고 알려져 왔던 수출 비중이 큰 제조 업종도 유불리를 따지기가 복잡해졌다. 일반적으로 환율이 오르면 상품 가격이 상대적으로 싸져 판매량 증대로 이어질 수 있고, 원화 환산 실적도 개선된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반도체, 2차전지 업계를 중심으로 미국 등 해외에 설비투자를 대폭 늘리면서 달러 부채가 늘어 외화부채 상환 부담이 커졌다. LG에너지솔루션의 올해 3분기 기준 달러 부채는 6조8284억원으로 3개월 전(4조1607억원)보다 2조6000억원가량 늘었다. 달러 부채가 달러 자산(4조4396억원)보다 많아 환율이 오르면 회계상 손실을 본다. 환율이 10% 오를 때 예상되는 세전 손실은 2388억원에 달한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을 뒷받침할 정부의 기능은 사실상 마비 상태다. 내년 1월 20일 백악관에 복귀하는 트럼프 당선인은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등 보조금 폐지·축소와 관세 폭탄 등을 예고했다. IRA는 미국에서 생산된 배터리와 이를 탑재한 전기차에 보조금을 주는 법안이다. 국내 배터리 회사는 사실상 IRA의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로 실적을 지탱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은 AMPC가 없으면 영업적자다. 이에 관련 업계는 정부가 대미 외교력을 통해 이를 해결해주길 내심 바라지만 탄핵 공방 장기화로 이를 기대하기 어려워졌다.

시황 악화로 생존이 위태로운 화학 업계도 정부 지원이 절실하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4월 업계와 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 협의체를 출범하고 이르면 이달 중 정책금융과 중장기 사업 재편 인센티브 등 지원 방안을 발표할 계획이었지만 실행 여부가 불투명해졌다.

비상 경영 체제에 돌입한 재계는 내년 사업·투자 계획과 자금 조달 방안 등을 논의하는 회의를 잇따라 개최한다. 삼성전자는 이달 중순 국내외 임원급 인사가 모이는 글로벌 전략회의를 연다. LG그룹도 조만간 구광모 회장 주재로 회의를 열 예정이다. 박수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내년 1월 말까지는 정치 불확실성이 이어질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이 1월 20일인 점을 감안하면 앞으로의 달러 강세 시기에 원화 절하 폭이 여타국보다 커질 수 있다”고 했다.

임송수 기자 songsta@kmib.co.kr

GoodNews paper Ϻ(www.kmib.co.kr), , , AIн ̿
Ŭ! ̳?
Ϻ IJ о
õ
Ϻ Ź