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뜻밖의 횡재를 했습니다. 횡재라고 하니까 큰돈을 주웠나 아니면 로또를 맞았나 하고 생각을 하실 텐데 그런 게 아니라 마음 깊이 스며들어 오는 은혜를 받고 행복을 누렸다는 뜻입니다. 요즈음 유행하는 말로 하자면 ‘소확행’이지요.
지난 수요예배 때였습니다. 북한 전문가 교수님을 모시고 정말 은혜로운 말씀과 영적인 도전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그날 하나님이 제게 준비해 주신 은혜의 진짜배기는 예배 후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있었습니다.
예배를 마치고 목양실에 올라왔다가 가방을 챙겨 1층으로 내려왔습니다. 다른 날은 차를 가지고 올 때가 많으니 지하 주차장으로 가지만 수요일은 가급적 걸어서 교회를 오니까 1층으로 간 것입니다. 그런데 정말 걸어오기를 잘한 것입니다. 왜냐하면 그렇게 걸어가다가 횡재를 했으니까요.
예배를 마치고 나와 돌아가는 성도들과 인사를 하면서 현관을 나갔습니다. 그런데 거기서 제가 결혼예배를 주례한 우리 교회의 아주 신실한 부부가 어린 두 아이를 데리고 집으로 가는 모습을 봤습니다. 날씨는 꽤 쌀쌀한데 6개월 된 딸은 유모차에 태워 아빠가 끌고 가고, 제 손자보다 한 달 정도 먼저 태어난 세 살 반 된 아들은 엄마가 손을 잡고 걸어가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반갑게 인사를 하고 저의 손주 또래 아이들에게 그냥은 지나치지 못하는 할아버지의 마음으로 그 아들에게 특별히 아는 척을 하면서 손을 잡아주다 보니, 그 엄마와 아이의 양손을 잡고 같이 걸어가게 되었습니다. 그야말로 가족이 함께 걷는 그런 장면이 연출된 것이지요. 이래도 되나. 혹시 너무 오버하는 게 아닌가. 우리 아들 며느리가 보면 싫어하지 않을까 하는 이런저런 생각이 순간 지나갔습니다. 하지만 같은 교회의 한 가족이라는 생각에, 그리고 무엇보다 너무 행복해서 그냥 손을 잡고 걷게 되었습니다.
그러면서 이렇게 행복한 목회를 할 수 있게 하신 하나님 은혜에 감사하면서, 그 아이와 잡은 손으로 전달되는 느낌에 주목하게 되었습니다. 날씨가 추워서 약간 차가운 그 아이의 손을 잡고 제 손의 따뜻한 온기가 그대로 그 아이에게 잘 전달되기를 간절히 바랐습니다. 그러면서 지금의 이 경험이 이 아이의 삶에 가장 따뜻하고 행복한 영적인 느낌이 되기를 기도했습니다.
교회의 할아버지 목사의 손길을 통해 하나님의 따뜻한 손을 잡고 하나님과 동행하는 행복한 삶의 기억이 그 아이의 마음에 아름다운 신앙으로 자리 잡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이런 기회를 주신 하나님의 은혜에 정말 감사했습니다.
사람은 기억으로 삽니다. 음식이 맛있다고 하는 것도 정말 맛이 있었던 그 기억이 결정을 하니까요. 신앙도 마찬가지입니다. 그 내면에 어떤 기억들이 있는가에 따라 하나님과의 관계와 교회 공동체에 대한 마음들이 결정되는 것입니다. 교회에 대한 따뜻하고 행복한 기억은 아름다운 신앙이 되는 것이지요.
그런 면에서 지난 수요일의 그 짧은 동행의 체험은 목회에 대해 많은 것을 생각하게 했습니다. 그리고 다음세대, 우리의 자녀들을 어떻게 축복해야 하는지 그 최고의 비밀도 깨달았습니다. 그야말로 제가 뜻밖의 횡재를 한 것이지요.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