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 결과가 나온 이후 ‘트럼프 랠리’에 편승하려는 투자자들이 은행에서 돈을 빼 투자처로 옮기는 자금 이동 흐름이 감지되고 있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14일 기준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요구불예금 잔액은 총 587조6455억원으로, 지난달 31일 597조7543억원에서 1.7% 줄었다. 10영업일 만에 10조원이 넘는 금액이 빠져나갔다. 요구불예금은 이자가 적은 대신 입출금이 자유로워 ‘투자 대기성 자금’으로 여겨진다.
급하게 목돈을 마련하기 위해 적금을 깨는 경우도 있었다. 5대 은행의 적금 잔액은 지난 14일 38조1305억원으로 지난달 말 38조9176억원보다 7871억원(2.0%) 감소했다. 적금 금리는 떨어지는 가운데 다른 투자 자산의 가치가 빠르게 높아져 적금의 매력도가 떨어진 영향으로 분석된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현재 5대 은행의 적금(12개월 만기, 정액적립식) 기본금리는 2.60~3.70%, 우대금리를 포함한 최고금리는 3.10~4.20% 수준이다.
빚을 내서 투자하는 이들도 많아진 것으로 보인다. 같은 기간 5대 은행의 ‘마이너스 통장’(신용한도 대출) 잔액은 38조8657억원에서 39조6179억원으로 7523억원(1.9%) 증가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최근 신용대출을 비롯한 대출 금리가 높아지고 있는데도 주식, 코인 등의 수익으로 이자를 상쇄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국내 투자자가 보유한 미국 주식 규모는 이달 최고 기록을 경신한 뒤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14일 국내 투자자들의 미국 주식 보관 금액은 1000억7900만 달러다. 미국 대선 직후인 지난 7일 사상 처음으로 1000억 달러를 넘기고 지난 11일 1035억1000만 달러로 기록을 세운 뒤 투자 열기가 이어지고 있다. 가상자산 정보 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전날 오후 6시 기준 국내 5대 가상자산 거래소(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고팍스) 24시간 거래 규모는 15조원대에 달했다.
구정하 기자 go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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