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대선 후보 시절 허위 발언을 한 혐의로 기소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심에서 당선무효형인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현행 공직선거법은 선거범죄로 징역형 집행유예가 확정된 후 10년간 피선거권을 박탈한다. 이번 판결은 이 대표가 받는 4개 재판 중 첫 번째 1심 결과다. 2심과 대법원 판결이 남았지만,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현실화하면서 향후 정국은 격랑에 빠져들 전망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4부(재판장 한성진)는 15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받는 이 대표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불구속 기소된 지 2년2개월만의 판결이다.
재판부는 “선거 과정에서 허위사실이 공포되면 유권자가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없고 민의가 왜곡될 염려가 있다”며 “제기된 의혹이 국민적 관심사인 상황에서 방송 매체를 이용해 파급력과 전파력이 컸다”고 설명했다. 또 “죄책과 범죄가 상당히 무겁다”면서도 “대선에 당선되지 못한 점, 벌금형 초과 전력이 없는 점을 유리한 양형으로 고려했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2021년 고(故)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에 대한 허위사실 공표와 백현동 한국식품연구원 부지 용도변경 특혜 의혹 관련한 허위사실을 공표한 혐의로 2022년 9월 재판에 넘겨졌다. 재판부는 이 대표가 2021년 12월 언론 인터뷰에서 ‘김 전 처장과 해외 출장 중 골프를 친 적 없다’는 취지로 말한 것, 같은 해 10월 경기도 국정감사에서 ‘국토교통부가 협박해 백현동 부지 용도를 변경했다’고 발언한 것은 고의적 허위사실 공표라고 판단했다.
형이 확정되면 이 대표의 피선거권은 10년간 박탈돼 차기 대선 출마가 불가능해진다. 민주당은 지난 대선 선거비용 434억원을 반환해야 한다. 상급심 판단이 남았지만 이 대표가 다음 대선에 출마하지 못할 가능성이 생긴 것이다. 법조계에선 항소심과 대법원 선고는 1심보다는 빠르게 진행돼 2027년 3월 대선 이전 최종 판결이 확정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 대표는 선고 후 “오늘 이 장면도 대한민국 현대사의 한 장면이 될 것”이라며 “현실의 법정은 아직 두 번 더 남았고, 민심과 역사의 법정은 영원하다”고 말했다. 이어 “항소하게 될 것”이라며 “판결을 도저히 수긍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검찰은 “판결문을 검토해 항소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검찰은 지난 9월에 징역 2년을 구형했다.
예상을 깬 징역형 선고에 민주당은 명백한 정치 판결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당장 이 대표의 리더십이 흔들리지 않겠지만, 숨죽이던 ‘비명(비이재명)계’를 중심으로 ‘대안 찾기’에 나설 경우 ‘이재명 일극체제’에 균열이 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향후 대권 구도에 변화가 생길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김건희 여사 문제로 수세에 몰렸던 여권은 공세 고삐를 바짝 죌 태세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페이스북에 “판사 겁박 무력시위에도 불구하고 법에 따른 판단을 한 사법부 결정을 존중하고 경의를 표한다”고 했다.
이형민 정현수 김판 기자 gilel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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