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7일 대국민담화와 기자회견에서 김건희 여사 문제와 관련해 “모든 게 제 불찰이며 국민께 진심 어린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김 여사 대외활동에 대해서도 외교나 국익에 꼭 필요한 일로만 제한하겠다고 약속했다. 김 여사를 공적으로 보좌하기 위한 제2부속실장도 이미 발령했다고 소개했다. 윤 대통령이 뒤늦게나마 공개석상에 나와 직접 사과하고 김 여사 활동 제한을 약속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원고를 읽다가 자리에서 일어나 고개 숙여 사과의 뜻을 표한 것도 진정성을 보여주려는 의도였을 것이다. 그런 겸허한 마음가짐으로 앞으로 민심을 더욱 잘 살피고, 대통령 부부의 처신에도 신중을 기하기 바란다.
그동안 국민들이 요구해온 국정 전환 및 인적 쇄신 의지를 밝힌 점도 평가할 만하다. 윤 대통령은 “국민 뜻을 받들어 국정 쇄신에 나서겠다”고 강조했고, 개각과 대통령실 개편에 대해서도 인재풀에 대한 물색과 검증에 들어갔다고 설명했다. 당정 관계에 불협화음이 있었던 데 대해서도 당과 빠른 속도로 관계를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많은 국민들은 시간 제한이 없었던 이번 회견에서 김 여사의 공천·인사 개입 의혹과 명태균씨 관련 논란에 대한 사실관계를 상세히 듣고 싶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선 기대에 크게 못 미치는 측면이 있었다. 윤 대통령은 “고3 입시생 이상으로 바빠 공천 개입할 여유가 없었다” “대통령이 회견에서 팩트를 갖고 다툴 순 없는 노릇이다” “우리가 당선 뒤 휴대폰을 바꾸지 못해 생긴 일이다” “(야당이) 없는 사실을 갖고 의혹을 제기한다”는 등 구체적인 설명 없이 두루뭉술한 반박성 발언을 주로 내놓았다. 또 “남편을 도와 국정을 잘하기 위해 하는 걸 국정농단이라고 한다면 국어사전을 정리해야 한다”는 발언도 했다. 이는 이미 육성 녹취록이나 SNS 공개 등으로 불거진 의혹들에 대한 해명으로는 충분치 않은데다, 국민들 인식과도 한참 동떨어진 발언이다. 기왕 쇄신 의지를 보이려고 마련한 자리인 만큼 그런 식의 반박이나 방어적 태도보다는 자초지종을 진솔하게 설명하고 국민들의 이해를 구하는 편이 더 나았을 것이다.
물론 회견 한번으로 모든 의혹이 다 해소되고 대통령도 한꺼번에 다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긴 어려웠을 것이다. 앞으로 기회 있을 때마다 국민 및 국회와 직접 소통하고, 국정 쇄신도 꾸준히 해나가야 하는 이유다. 윤 대통령은 최근 지지율 하락에 대해 “더 유능한 모습을 보여드리고 국민이 속상해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앞으로 이 약속이 지켜지는지 여부에 따라 국민들은 다시 마음을 줄 수도, 아예 거둬들일 수도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말이 아닌 실천으로 이를 증명해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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