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7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진행될 대국민 담화 및 기자회견에서 범위나 시간의 제한 없이 질문을 받고, 제기된 국민적 의혹에 대해 소상히 답변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일종의 ‘끝장 회견’을 하겠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명태균씨와의 관계 및 공천 관련 통화 녹취, 김건희 여사 활동 중단 여부 등 대통령 본인이 밝히거나 결단해야 하는 문제들에 대해 직접 설명한다는 방침이다. 윤 대통령이 민심 이반에 대해 직접 사과할 가능성도 열려 있다. 이번 담화와 기자회견은 임기 후반기로 접어드는 윤 대통령에게 국정 동력을 되살릴 마지막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5일 통화에서 “윤석열정부 출범 이후 2년반 동안 공도 있고 과도 있을 것”이라며 “국민 여러분이 궁금해하는 모든 사안에 대해 소상히 답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급격한 민심 악화로 이어진 명씨 및 김 여사 문제와 관련해서도 무제한 문답을 하겠다는 의미다. 이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사과 메시지를 낼 것인지에 대한 질문에 “방법과 수준의 문제”라며 “그 부분은 어떻게 할지 논의하고 준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담화·회견의 초점을 ‘대통령이 하고 싶은 말’보다는 ‘국민이 듣고 싶은 이야기’에 둔다는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기자회견 시점을 앞당긴 것 자체가 하나의 메시지라는 게 여권의 설명이다. 애초 대통령실은 미 대선 결과가 우크라이나 전쟁 등 국제 정세에 미칠 영향이 윤곽을 드러낸 뒤 윤 대통령이 입장을 밝히는 방안을 검토해 왔다. 담화 시점은 이달 하순쯤으로 검토되는 분위기였다.
윤 대통령은 다만 임기 반환점 전에 지지율이 10%대로 떨어지고 여권에서도 대책 마련 요구가 쏟아지자 이른 입장 표명을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전날 윤 대통령을 만나 “가급적 국민 소통 기회를 일찍 가져 달라”는 취지로 건의했고, 대통령실 참모진도 같은 의견을 냈다고 한다. 다른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대통령이) 전날 오후에 고민하다가 밤에 결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와 고강도 쇄신책을 요구했던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국민 눈높이에 맞는 담화가 되길 기대하고, 반드시 그래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은 “지난달 21일 ‘윤·한 면담’의 기회는 아깝게 흘려보내고 말았다”며 “(윤 대통령은) ‘마지막의 마지막 기회’라는 심정으로 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경원 구자창 기자 neosar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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